쓰레기 유감(遺憾)
김정희(시조시인 ·한국시조문학관 관장)
쓰레기 유감(遺憾)
김정희(시조시인 ·한국시조문학관 관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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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거리에 나서면 요즘 쓰레기봉투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거리 곳곳에 쌓인 노란 봉투는 여간 보기 사나운 것이 아니다. 그 봉투들을 눈에 띄지 않게 할 방법은 없을까. 수거일 전날 해질녘에 배출하고 다음날 새벽에 수거하면 눈에 띌 일은 없을 것인데 규칙을 실행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한낮 길거리에 수거용 노란 쓰레기봉투가 있음을 보았을 때 거리 경관을 해치게 되고 더구나 길고양이가 헤집어 흩어진 오물이 보일 때는 우리의 자화상 같아 한없이 부끄럽다. 이는 수거시간을 정해 놓고 있지만 실행에 이어지지 못해 생기게 되는 폐단일 것이다.

가끔 외국 나들이를 하게 되면 나는 주부로서 그 나라의 생활환경을 유심히 본다. 일본은 쓰레기통을 고미바꼬(護美箱)라고 한다. 길거리나 역 구내에 이렇게 이름 붙여진 상자에는 반드시 뚜껑이 있어 주위환경의 아름다움을 보호하고 있다. 오물을 철저히 감추는 뜻은 청결을 좋아하는 그 사람들의 성품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중국에 갔을 때 서안에서 본 화청지(華靑池)에는 쓰레기통에 과피상(果皮箱)이라고 적어두고 있다. 쓰레기를 과일껍질로 비유해 모으는 상자임을 뜻하는 발상은 재미있지만 뚜껑도 없는 휴지통은 대충 그대로 버려져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80년대에 가본 알프스 산의 깨끗함은 정말 오래 잊어지지 않는 추억이다. 그 산에는 길목마다 드럼통만한 쓰레기통이 있어 지나는 나그네가 즉석에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게 해두고 있었다. 오물에 대하여 배려하는 정치적·사회적 안목은 국민과 정부가 함께 뜻을 모아 이룬 결과일 것이다. 선진에 다가서는 길은 결국에 있어서는 개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길가에 널브러진 노란 수거용 봉투가 눈에 띄지 않게 할 방법을 꼭 실행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혼자서 이리저리 쓰레기 처리에 대한 궁리를 해보며 이 글을 쓰게 됐다. 우리가 경제대국의 반열에서 앞선 문화를 아무리 외쳐본들 길거리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으면 어떻게 문화민족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지켜나갈 것인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오물을 처리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일은 외형으로 보이는 일이지만 우리의 내면 풍경도 살펴볼 일이다. 우리의 마음자리에도 얼마만한 쓰레기가 쌓여 있을 것인가. 알게 모르게 생긴 탐욕, 물질숭배나 시기심, 도덕불감증 등의 오물에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마음자리도 적극적으로 성찰해 보아야 하리라.

김정희(시조시인 ·한국시조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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