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67)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67)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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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67)

“엄마 맹키로 안살 끼라 안 캤나. 나는 죽어도 그렇게는 안살 끼라 맹서하면서 잔뼈를 키았다. 언니 니는 객지살이 하니라꼬 내기 얼매나 참고 살았는지 내 쏙을 다 모를 끼다.”

“그렇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어. 이건 정말 아닌 거야. 네가 했던 생각은 내가 아는 다른 많은 사람들도 하고 있었어. 그렇지만 특별히 무슨 방법이 있어? 너만 상처 나고 너만 외톨이가 된 거야. 네 편인 것처럼 굴던 마을 사람들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들 이익 차리고 등 돌리던 것 봤지? 도 서방이라도 지켜야지.”

“그게 걱정이라카모 언니 니도 참말 변했다. 와 이리 변했노. 저것들이 내 밥 믹이줄끼가, 상종 안 하모 될 거 아이가. 세상에 쌔고 쌨는기 남자다. 지금이라도 서로 결혼하자는 총각들도 많다”

“야 임마, 그건 네가 할 소리가 아니니까 어깃장 놓지 마!”

양지는 철버덕 소리 나게 호남의 어깨를 때렸다.

“요새는 남자들이 모두 마마보이가 돼 갖고 연상의 여자를 결혼상대로 택한다 안 카나. 총각이 어린애 딸린 과숫댁하고 결혼하는 것도 봤다.”

“너, 에나 그리 막 나올래. 그건 모두 남들 이야기지 네 일은 아냐.”

“참 언니도, 그럼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귀신이란 말이가 뭐꼬?”

문득 제가 끼워 넣은 신소리에 만족했는지 착잡하기 짝이 없는 언쟁 가운데서도 호남은 히죽 웃어 보였다. 그러나 험상을 짓고 있는 양지와 눈길이 마주치자 제풀에 찔끔해지며 정색을 했다.

“너무 꾸짖지 마라. 낸들 좋아서 그랬것나. 그 년들, 시누이 년들, 언니 니는 모를 끼다. 지 년들도 내보다 더 했음 더 했을 년들이 똑같이 나서서 대드는 것 있재. 때리는 서방보다 말리는 시뉘들이 더 밉다카더마 그 년들 미워서 오냐 좋다. 당장 해치았다. 도 서방 성질에 절대 다른 여자하고 못살 거 나는 알지.”

“도 서방 전에도 혼자 산다더라. 니가 어떻게 굴었으면 그러나 싶어 다 같은 여자로 모욕감 느껴졌고.”

“지렁이로 백년 사느니 하루살이로 자유스럽게 하루 사는 게 낫다. 너무 마음 아파 하지마라. 세상이 우떤 세상인데, 이혼이 새 출발인거 언니 니도 잘 알거 아이가. 나 이래뵈도 젊다. 시집 안간 언니하고 비교 하모 나도 아직 처녀 나이다. 앞날이 있다 이기다. 지 까짓 거 아님 남자 없어서? 지가 뭐 내 인생에 칼자루라도 쥔 듯이 눈꼴시게 날뛰더라. 언니도 그 꼴 봤다카모 나 보다 더 성질났을 끼다. 앞으로 두고 봐라. 내 말 들어보모 언니도 내 맘 이해할 끼다. 주영아빠 말이다. 둘이 있을 때는 내 말이 다 맞다꼬 찬성해 놓고 와 저거 어매나 누나들 앞에만 서모 나는 존재도 없어지노 말이다. 아이구 말도 하지마라. 새마을 바람이 불어서 스레트쪼가리로 지붕개량은 했더라만 수숫대 움막 맹키로 기들고 기나는 집구석을 대궐로 맹글어 논기 눈데. 걱정 마라 지끔이라도 오라는데 쌨다. 까짓 거 남자 없이모 몬 사나. 돈 많이 벌어서 잘살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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