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여는 인사
손대원(진주외고 수석교사)
수업을 여는 인사
손대원(진주외고 수석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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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원

겨울 방학을 마치고 교무실 문을 열며 오랜 만에 뵙는 선생님들을 향하여 가볍게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무실 안 어디선가 ‘선!생!님! 반갑습니다!!!’ 처음 보는 신입생인 듯한 여학생 3명이 화음을 이루듯 함께 큰 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오늘 처음 뵙는 선생님께 인사하는 그 여학생들의 목소리는 마치 멋진 CM송처럼 들렸다.

그러자 갑자기 없던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았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하! 인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쨌든 그 학생들의 짧은 인사 한 마디에 피곤했던 나의 아침 잠 기운이 확 달아나버렸고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좋아하는 선배 선생님이 전화를 하셔서 “사랑합니다. 손대원” 이렇게 첫 전화 멘트를 열어주실 때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인상으로 남아서 그 느낌을 간직하고자 이제는 나도 지인에게 전화를 걸 때는 “형님 사랑합니다”, “아우님 사랑합니다”라고 하는 인사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사랑합니다”라는 전화 인사를 어색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일반적인 전화 인사보다는 더 좋다고 하셔서, 이제 “사랑합니다”라고 하는 전화 멘트는 나만의 고유한 색깔이 되었다. 심지어 통화를 하다가 이 말을 하지 않고 끊으려고 하면 서운하다고 하시는 분들까지 계신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멋진 수학선생님 중에는 제주도 김영관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신다. 이 분은 항상 “수학은 아름다워요”라고 외치고 다니시며 등·하교길에 “Math is beautiful”이라고 디자인된 수학 티셔츠를 입고 다니신다. 수업을 시작할 때는 먼저 선생님이 “수학은?”이라고 인사하면 학생들은 “아름다워요”라고 답하며 수업을 진행하신다. 이 역시 처음에는 모두들 “사랑합니다”처럼 어색해 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고 수포자의 길을 걸었을 것 같은 학생들도 모두는 아니지만 수학을 생각할 때 ‘아, 수학은 어렵지만 아름다운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고 전한다.

그래서 나도 이제 전화 인사에 이어 수업 시작에 학생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아이들의 답은 그들에게 맡겨두고 기다려 보고자 한다. 다만 인사처럼 수업의 형식과 내용도 새롭게 해야 하는 나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손대원(진주외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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