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그래야 장미선거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경일시론] 그래야 장미선거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04.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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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그 가절에 온갗 꽃들이 만개해 풍성한 결실을 예감케 하고 잎은 푸름을 더해 풍요를 예고한다. 5월의 꽃중에는 장미가 으뜸이다. 그래서인지 5월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를 ‘장미선거’라 일컫고 있다. 희망과 열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장미선거’에 담겨 있다.

그러나 장미선거가 희망적이고 기대에 부푼 축제라기보다는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가령 진보로 지칭되는 좌파가 집권하면 보수로 지칭되는 우파가 승복할까. 지난 시절의 경험으로는 도저히 용납이 될 것 같지가 않다. 진보든 보수든 집권초기부터 사사건건 트집 잡기와 극한투쟁에 휘말려 경륜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집권후기에는 레임덕으로 떠밀려가는 현상을 우리는 철저히 경험해 왔다. 의회정치가 아닌 아스팔트정치로 국민을 피곤하게 했고 국회선진화법은 의회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좌파의 10년과 우파의 10년이 다르지 않았다. 모든 가치의 지향점은 정권쟁취였고 투쟁일변도였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유배와 구속, 아니면 친인척 비리, 자살로 마감하더니 이번에는 탄핵과 파면, 그리고 종극에는 구속되는 참담한 상황을 맞고 있다.

장미선거를 어둡게 보는 이유는 대선후보들의 행보에서 예감할 수 있다. 좌파는 적폐와 부패척결, 그리고 정권심판을 주요이슈로 내세우고 있으며 우파는 안보를 앞세워 좌파정권 불가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벌써부터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동과 서, 남과 북, 빈과 부, 연령과 계층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갈등과 분열, 좌와 우의 대결의 결말은 국론분열로 이어져 장미선거가 자칫 이 나라를 불행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는 것이다.

대선은 이제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선거레이스가 시작됐다. 지금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그래서 반드시 짚어야 할 사항이 있다. 적어도 대선후보들은 최소한 다음 네 가지 사항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

첫째는 갈기갈기 찢어진 국론을 통합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선거에 지역주의를 배제해야 하는 것은 최우선이다. 좌우, 동서, 계층간 갈등을 해소해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은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 둘째, 레임덕 없이, 정권말기 불행을 막기 위한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대통령이 불행한 사태에 빠지길 원치 않는다. 우리도 존경할만한 대통령을 바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왕적 권력구조에 대한 해결책, 즉 헌법과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해법도 포함된다.

셋째는 안보관이다. 동북아는 이 시대 가장 주목되는 국제질서의 현장이다. 특히 남북관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다. 대통령은 이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국가를 보위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 동북아를 안정시키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넷째,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10년이 넘도록 소득 2만달러 시대에서 정체돼 있고 저출산과 삼포시대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 제시는 국가경영에 대한 비전이다.

오욕된 역사가 반복돼선 안된다. 정치가 국가를 망치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도 안된다. 새 대통령의 선출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사이다. 편협된 사고와 지역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그야말로 미래가 보이는 선거가 돼야 한다. 그래야 장미선거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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