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완도군 신지도, 명사십리 갯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완도군 신지도, 명사십리 갯길
  • 김귀현
  • 승인 2017.04.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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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사십리 은모래 해수욕장.


◇장보고 대사가 건설한 해상왕국 청해진

정신의학계 스트레스 분야의 권위자로서 노벨의학상까지 받은 캐나다의 한스셀리 교수는 하버드대 고별 강연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강연이 마무리되는 순간, 한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교수님, 우리가 스트레스 홍수시대를 살고 있는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결 딱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 대답은 “감사하며 살라!”였다. 힐링, 어쩌면 자신을 낮추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데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비우는, 비우고 채우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한다. 이 말은 재산이나 벼슬에 의해 인생의 성공여부가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겸손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버리고 비우기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이 달려 있음을 말한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완도군 신지도 명사십리 갯길 트레킹을 떠났다. 당의 해적활동을 근절할 목적으로 완도군의 장도에다 설치한 청해진에서 활발한 해상무역을 전개해서 해상왕국을 건설한 장보고는 나중에 자신의 딸을 문성왕의 차비(次妃)로 들이려고 시도하다 무산되자 중앙정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자객 염장에게 살해당하면서 청해진의 운명도 설치 33년 만에 끝을 맺게 된다. 백성과 신라를 위해 헌신하던 장보고 대사가 개인적 부귀를 꾀하려다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자신을 낮추어 감사할 줄 모르고 비우기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신지도의 푸른 바다가 감사하는 마음과 욕심 비우기를 직접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탐방객들의 발걸음 아래 몸 낮춰 출렁이고 있었다.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개라고 하는데, 갯길은 해안을 따라 나있는 길을 말한다. 신지명사갯길은 신지대교 휴게실에서 물하태포구-등대삼거리-신지도등대-등대삼거리-명사십리해변-울몰-석화포 선착장까지의 11.5㎞이지만, 우리는 물하태포구에서 출발해서 석화포까지의 9㎞를 트레킹했다.

 
▲ 솔밭 사이의 야영장 모습.


◇광활한 은모래밭 명사십리

신지도 해안과 솔숲을 따라 나 있는 명사갯길은 솔숲과 바다, 하늘이 어우러져 정겨운 풍경을 자아내는 오솔길이었다. 그러면서도 바닷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고, 몇 걸음 건너뛰면 닿을 듯한 청산도가 나란히 동행해 주는 다정한 길이다. 오솔길 양켠으로는 발풀고사리들이 떼를 지어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보살펴 주려는 듯 파란 고사리 손으로 길섶을 쓸고 있다. 그리고 신지도 삼거리에서 등대 쪽으로 내려오자 양지바른 곳에 산자고가 앙증스럽게 꽃을 피워놓고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지도 등대 건너편을 보니,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길고 하얀 명주 카펫을 깔아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는데도 눈이 부셨다.

다시 40분 정도를 걸어서 명사십리 해변에 도착했다. 정말 장관이다. 이처럼 넓고 긴 해수욕장은 처음 봤다. 해수욕장에 들어서자, 드넓은 모래톱과 함께 펼쳐진 망망대해가 가슴을 확 트이게 하고, 쪽빛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마음속에 똬리 튼 크고 작은 근심걱정들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듯했다. 명사십리(鳴沙十里) 해수욕장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이면 백사장이 웅웅대며 우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들린다 하여 ‘울모래(鳴沙)’라고 하며, 그 모래톱의 길이가 십리나 된다고 해서 ‘명사십리’라 이름 붙였다. 실제 길이는 3800m 정도 되고, 폭이 150m나 되는 은빛 모래톱은 경사가 완만해서 여름철이면 많은 피서객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백사장을 따라 울창한 송림이 조성되어 있고, 주차시설, 샤워장과 탈의실, 솔숲 야영장, 새로 건립한 야외공연장과 조형물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또한 바다와 송림 사이 나무로 바닥을 깔아놓은 탐방로가 있어 트레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땡볕으로 잘 달궈진 뜨겁고 부드러운 세모래로 하는 모래찜질은 퇴행성 관절염과 신경통에 좋다고 하며, 미네랄이 풍부한 청정 바닷물에서 하는 해수욕은 피부병과 피부 노화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해수욕장을 끼고 난 탐방로 나무바닥은 걷기에도 편했지만, 해변으로 곧게 뻗은 길 자체가 아름다운 풍경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십리나 되는 해수욕장 옆엔 솔숲이 조성되어 있는데, 백사장 뒤쪽의 해송 숲속에 마련된 야영장과 오토캠핑장은 아직 때가 일러 텅 비어 있지만,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한편 탐방로 곁에 있는 음식점과 민박집엔 빈 탁자와 의자들이 잘 정리된 뜰(모래톱)과 함께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 또한 이채로운 풍경이다.

 
▲ 해수욕장과 솔숲 사이에 난 탐방로.


◇겸손과 비우기를 가르쳐주는 바다

해수욕장을 지나 조금만 더 걸어가면 울몰마을이 나온다. ‘우는 모래’라는 뜻의 ‘울몰’ 마을에서 2㎞ 정도 더 솔숲 오솔길을 걸어가면 명사갯길 종착지인 석화포가 있다. 바다와 나란히 동행하는 솔숲 길은 외갓집 가는 길처럼 정겹고 낭만적이다. 이런 정서를 어찌 번잡한 도시에서 느낄 수 있겠냐만, 흥겹게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힐링의 자국이 생겨나고, 한 굽이 한 굽이가 절경으로 채워지는 낭만 그 자체다. 좁고 휘어진 오솔길과 낮은 곳일수록 더욱 푸르게 출렁이는 바다가 탐방객들에게 ‘겸손’과 ‘비우기’를 온몸으로 가르쳐 주고 있는 듯했다. 신라시대의 완도가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다면 지금의 완도는 드라마와 영화촬영지(해신, 명량, 추노, 주몽 등 40여 편 촬영), 힐링관광의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을 자산으로 삼아 무공해 청정마을로 잘 가꾸어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눈, 가슴, 마음을 맑고 환하게 힐링해 주고, 겸손과 비움을 건네주는 아름다운 완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해수욕장에 마련된 야외공연장.
여름을 기다리는 빈 의자와 은모래밭.
해수욕장 모래밭을 잇는 나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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