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변화의 시금석이 될 세월호 수습과 조사처리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여성칼럼] 변화의 시금석이 될 세월호 수습과 조사처리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4.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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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다. 3주기를 한 주 앞 둔 4월 9일 세월호가 그 거대하고 상처투성이인 몸을 목포 신항 철제부두에 드러냈다. 참사 이후 1090일째 되는 날이었다. 뜬금없는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해 많은 사람들을 황당케 했던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이 제 의미를 되찾는다면 세월호의 인양과 육상 거치에 적합한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세월호 문제가 육상 거치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수습자 조은화씨의 어머니 이금희씨의 말처럼 인양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세월호와 관련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3년 전 참사가 일어났던 그날로 되돌아가보면, 그날 우리는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눈앞에서 바닷속으로 침몰해 들어가는 배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를 믿고 살아가야 할지 확신할 수 없게 됐다. 또 그 당시 우리들 사이에서 많이 오가면서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말들은 ‘대한민국이 그 밑바닥을 보았으니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4·16 이전의 대한민국과 4·16 이후의 대한민국으로 나뉠 것이다’였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후의 진행은 우리의 소망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이 우리나라가 건강한 나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던 우리의 소망은 지난 3년간 서서히 무너져 갔다.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가 9분이나 계시고, 사고원인 규명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은 선원들과 현장수습 책임자였던 123경정에게만 머물렀고, 참사를 막을 책임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7시간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세월호 문제를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는 데에 이용했고, 세월호에 대한 조사와 수습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행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세월호 육상 거치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희생으로 얻은 변화의 계기를 시나브로 잃어가고 있던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 본다. 그동안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들과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끈질기게 놓지 않고 버텼던 덕분에 다시 한번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리라. 또한 이번 수습과 조사과정에서 얼마나 미수습자 가족과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진행하는가, 얼마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하는가, 얼마나 공정하게 책임자를 처벌하는가 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변화 방향을 가리키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미수습자 가족 이금희씨는 자식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마음에 품고서도 “어서 세월호가 (육상으로) 올라와 (수습)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길 바라지만 그 전제는 일하는 모든 작업자 분의 건강과 안전이 확보된 상태여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무척 아프게 들리지만, 타인의 안전을 배려하는 그 마음이 변화의 시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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