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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네 편의 詩
전점석(창원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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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6  16: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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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허새비 시인인 이선관의 시 <말을 해야 해요>는 ‘말을 해야 해요/말을 해야만 해요/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온 봄의 문턱에서/임금님의 귀는 사람의 귀가 아니라 해야 해요…/그러나 참으세요 말을 하기 전에 저잣거리로 나와야 해요/꾀죄죄한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야 해요…/길가에 버려진 돌멩이가 먼저 말을 하기 전에/ 말을 해야 해요/ 말을 해야만 해요’

10·26 이전에 쓴 시이기는 하지만 임금님 대신에 공주님이라고 바꾸어서 의미를 곱씹어봐도 좋을 것 같다. 먼저 공주님의 귀는 사람의 귀가 아닌 것이 확실한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통인지 불통인지를 알아보면 된다.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들이 퇴진을 이야기했지만 공주님은 엉뚱하게도 개인적인 이익을 챙겨본 적이 없다고만 했다. 무슨 말인지를 못알아 들은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왜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청와대 측근은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수첩에 열심히 적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 일은 문고리 3인방이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만약 컨펌이 필요하면 비선실세한테 물으면 된다. 장관들은 공주님이 시키는 심부름이나 하고 문고리 여는 것을 포기하고 장관대접만을 받았다.

세 번째로 시인 이선관은 꾀죄죄한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측근, 장관, 비선실세, 친박 국회의원, 박사모 중에서 어느 누구도 이불을 걷어차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불은 자신의 기득권이며 자신에게 권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걸 위해 이때껏 살아왔기 때문에 걷어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라고 청와대가 지시할 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다가 짤린 용기있는 몇몇 공무원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도 공주님의 귀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없는 슬픈 현실 때문에 결국은 길가에 버려진 돌멩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하는 돌에 대해서는 신약성서 누가복음 19장 40절에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를 지르리라.’고 되어 있다. 시인 고정희는 그의 시 <이 시대의 아벨>에서 ‘…이제 침묵은 용서받지 못한다/ 돌들이 일어나 꽃씨를 뿌리고/바람이 달려와 성벽을 허물리라 …’ 고 했다. 드디어 지난해, 1000만 명이 모인 촛불은 성벽을 허물고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을 모든 국민들에게 인식시켰다.

돌멩이의 외침은 국회로 하여금 탄핵소추를 하게 하였고 박근혜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괴감이 들어서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헌재는 대통령직에서 파면하였으며 법원은 결국 구속까지 하였다. 어릴 때, 17년간 있으면서 정이 들었던 청와대를 나와서도 자신이 공주라고 계속 생각하였던 그녀는 청와대를 다시 들어가서도 공주였다. 젊은 시인 권서각의 시 <공주의 나라>는 이곳에 ‘흰옷을 입고 쌀로 밥을 지어 정답게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원래 단군의 나라였다가 지금은 공주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고 했다.

광장에서 촛불을 켜고 살펴보니 그동안 이 나라는 공주의 나라였었다. 앞으로는 블랙리스트 없는 <우리>나라가 되어야겠다.
 
전점석(창원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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