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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야기] 철쭉과 진달래
장영호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학박사)
박성민  |  smworld17@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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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7  0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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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호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학박사

신라 성덕왕 때 어느 봄날 
남편 순정공의 강릉 태수 부임 행차에 동행하던 수로부인이 바닷가 낭떠러지에 핀 철쭉을 발견하곤 이렇게 말했다. ‘저 꽃을 꺾어다 줄 사람 없는가.’ 다들 묵묵부답인 가운데 암소를 끌고 지나던 한 노인이 철쭉을 꺾어 부인에게 바쳤다. ‘날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하는 삼국유사 향가에 등장하는 꽃 이름을 ‘척촉’이다. 우리말 ‘철쭉’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진달래와 철쭉은 그 피는 시기가 다르다. 즉 진달래가 먼저 피어서 질 무렵에 철쭉이 피는 것이다. 그래서 진달래꽃이 진 다음에 연달아서 핀다고 하여 산철쭉을 연달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진달래는 두견화라고도 하고 참꽃이라고도 한다. 두견화라는 것은 중국 이름으로 두견새가 울 때에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의미로 진달래는 참꽃, 철쭉은 개꽃으로 불려진다. 왜 하나는 참꽃, 하나는 개꽃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그것은 먹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 때문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기에 참꽃, 철쭉은 먹지 못하는 꽃이기 때문에 개꽃이 된 것이다. 진달래는 칡이나 쑥과 마찬가지로 춘궁기나 흉년에 밥 대신 배를 채울 수 있는 구황식물이다.

철쭉 쪽에서 보자면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밥이 곧 하늘인 현실에서 같은 꽃이라고 해도 목구멍에 넣어 허기를 달래줄 수 있는 진달래가 참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꽃의 ‘참’은 거짓이 아니고 진짜라는 뜻과 허름하지 않고 썩 좋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말 그대로 참기름은 진짜 참기름일 수밖에 없는데, 요즘은 하도 가짜 참기름이 나도는 바람에 진짜 참기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매스컴에 소개된 이름난 맛집을 찾아가보면 집집마다 진짜, 오리지널, 원조를 내세우고 있다. 진짜의 수난시대가 아닐 수 없다. 참말도 그렇다. 그냥 ‘참말이냐’ 하면 될 것을 ‘진짜 참말이냐’고 물어야 하는 세상이다. ‘참‘은 또 참가자미, 참개구리, 참게, 참옻, 참나리의 경우에서처럼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 앞에 붙어서 좋은 품종임을 나타내기도 한다.

‘참’과 반대로 ‘개’는 진짜나 좋은 것이 아니고 보잘것없다, 하잘것없다는 뜻을 가진 말인데, 거친 보리 싸라기 같은 것을 반죽하여 납작납작하게 반대기를 지어 밥 위에 얹어 찐 떡이 개떡이다. 개떡이 생긴 모양은 그래도 맛은 괜찮은 편인데, 왜 개똥과 한가지로 취급되게 되었을까. 한 가지 집고 넘어갈 것은 참다래에 대한 것이다. 90년대 초반 ‘키위’가 수입되어 ‘양다래(서양다래)’란 이름으로 식재되기 시작하였다. 그 ‘양다래’가 ‘참다래’로 둔갑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우리산야에 자생하는 토종다래는 하루아침에 개다래가 된 것이다. 참 개떡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영호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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