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성덕왕 때 어느 봄날
남편 순정공의 강릉 태수 부임 행차에 동행하던 수로부인이 바닷가 낭떠러지에 핀 철쭉을 발견하곤 이렇게 말했다. ‘저 꽃을 꺾어다 줄 사람 없는가.’ 다들 묵묵부답인 가운데 암소를 끌고 지나던 한 노인이 철쭉을 꺾어 부인에게 바쳤다. ‘날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하는 삼국유사 향가에 등장하는 꽃 이름을 ‘척촉’이다. 우리말 ‘철쭉’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진달래와 철쭉은 그 피는 시기가 다르다. 즉 진달래가 먼저 피어서 질 무렵에 철쭉이 피는 것이다. 그래서 진달래꽃이 진 다음에 연달아서 핀다고 하여 산철쭉을 연달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진달래는 두견화라고도 하고 참꽃이라고도 한다. 두견화라는 것은 중국 이름으로 두견새가 울 때에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의미로 진달래는 참꽃, 철쭉은 개꽃으로 불려진다. 왜 하나는 참꽃, 하나는 개꽃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그것은 먹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 때문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기에 참꽃, 철쭉은 먹지 못하는 꽃이기 때문에 개꽃이 된 것이다. 진달래는 칡이나 쑥과 마찬가지로 춘궁기나 흉년에 밥 대신 배를 채울 수 있는 구황식물이다.
‘참’과 반대로 ‘개’는 진짜나 좋은 것이 아니고 보잘것없다, 하잘것없다는 뜻을 가진 말인데, 거친 보리 싸라기 같은 것을 반죽하여 납작납작하게 반대기를 지어 밥 위에 얹어 찐 떡이 개떡이다. 개떡이 생긴 모양은 그래도 맛은 괜찮은 편인데, 왜 개똥과 한가지로 취급되게 되었을까. 한 가지 집고 넘어갈 것은 참다래에 대한 것이다. 90년대 초반 ‘키위’가 수입되어 ‘양다래(서양다래)’란 이름으로 식재되기 시작하였다. 그 ‘양다래’가 ‘참다래’로 둔갑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우리산야에 자생하는 토종다래는 하루아침에 개다래가 된 것이다. 참 개떡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영호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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