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이재오와 남재준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경일시론] 이재오와 남재준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4.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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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느리다. 세상이 아는 사실이다. ‘터보’라는 이름을 가진 달팽이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고 싶은 꿈을 가진다. 그 욕망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 주위의 동료는 없다. 그런데 아주 우연한 사고로 터보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스피드를 가질 수 있는 마력을 갖게 된다. 몇해전 우리나라에도 상영되어 200만 관객을 모은 미국의 에니메이션 영화 ’터보‘의 줄거리다. 세상에서 가장 미약한 존재라도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던지는 환타지 영화다. “작다고 꿈까지 작진 않다”는 명대사를 남기며 심금을 울렸다.

‘장미대선’으로 불리는 5월의 대통령선거가 3주간의 공식기간에 들었다. 유례없이 보수층이 분열되고 한때 한 살림을 가졌던 두 후보의 각축이 두드러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유권자는 대세를 이루는 강력한 후보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선거에서 이른바 밴드웨건(bandwagon) 효과로 일컫는 강한쪽으로의 쏠림현상이 그것이다. 여기에 언론도 될 사람, 될 가능성이 많은 후보에게 조명을 집중시킨다. 따라서 강한 후보는 더 강해지는, 선거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 개념, 언더독(underdog) 현상을 보는 경우도 가끔 생긴다. 말 그대로 ‘밑에 깔린 개’라는 뜻이다. 운동경기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팀 없이 흥미로 보는 경우에는 약한 팀을 응원할 때가 많다. 일종의 동성심이 유발되어 약체의 열악한 상황에 동질감을 가지면서 고진감래에 박수를 친다. ‘다윗과 골리앗’의 얘기가 그런 선상에서 이해될 만하다.

보도량은 물론, 후보토론회 등을 통해 노출 정도가 철철 넘치는 유력후보에 밀려 ‘다윗’축에도 끼지 못하는 군소후보들의 처절함이 극명하게 살펴진다. 빛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처럼 후보의 ‘보기’에 들지 못함으로써 아예 여론조사 대상이 못되는 후보들이다. 20% 내외의 ‘지지정당 혹은 지지후보 없음’이 이들을 아우르고 있지만 보도에서는 열외다. 그 상징적 사례로 후보의 개인적 ‘커리어’와 역량을 기준으로 두사람만 살펴본다.

이재오후보를 보자. 5번의 국회의원에 특임장관과 집권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명박정권의 실세중의 실세였다. 자주 지하철과 자전거로 국회에 출근하는 등 친서민 행보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급했던지 복면을 쓰고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표공약으로, 당선되면 개헌하고 1년안에 사임한단다. 경륜만 따진다면 유력 정당후보에 모자라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그것만으로 대통령을 뽑지는 않겠지만.

노무현정권 때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됐으나, 장군진급과 관련하여 그 대통령의 청탁을 거절한 일화를 남긴 남재준후보는 국정원장을 지냈다. 육군총장 재직시 국정감사 등 공식행사를 제외하고는 국회를 방문하지 않는 등 정치권에 일체의 기웃거림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물론, ‘끗발’ 좋던 현역시절에도 해박한 지식과 몸에 밴 논리적 조예로 본인의 강연과 특강자료를 스스로 준비한, 문무(文武)를 고루 지닌 장군이다. 그는 “안보 없는 나라는 망한다, 핵을 무장한 북한의 망동을 관조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역설하며 국회해산 등 정권을 넘어 ‘정치교체’를 기치로 내걸었다. 후보공탁금을 살고 있는 집을 팔아 마련한단다.

이들의 목표치와 성취도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느림보 달팽이의 꿈과 희망에 불과할지, 골리안을 위협하는 다윗의 지략이 맞아떨어져 기이한 이변을 만들어낼지 말이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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