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高手)는 칼을 휘두를 때 피를 보이지 않는다
박상재(진주서진초등학교장)
고수(高手)는 칼을 휘두를 때 피를 보이지 않는다
박상재(진주서진초등학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4.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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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장자’의 양생주편에 도사(道士)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에 도우토란 백정은 하루아침에 아홉 마리의 소를 잡아도 칼 끝이 무뎌지지 않아 털까지 자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포정이란 사람은 문혜왕을 위해 궁정에서 소를 잡고 있는데 칼을 움직이는 동작이 신기에 가까워 지나가던 문혜왕은 감탄해 포정에게 소 잡는 도(道)를 물었다. 포정은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이니 손끝 재주보다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며 “제가 처음 소를 잡았을 때는 소의 겉모습만 보여 어찌 할 바를 몰랐고, 3년이 지나니 소가 부위별로 보였고, 그리고 19년이 지나 마음의 눈으로 소를 보니 소의 살과 뼈, 근육사이의 틈새가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칼이 지나니 아직 한 번도 칼날이 뼈와 살과 부딪히지 않았다. 솜씨 좋은 백정은 1년마다 칼을 바꾸고 평범한 백정은 한 달마다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칼로 무리하게 뼈와 살과 부딪혀 칼날이 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 칼은 19년이나 되었고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칼날은 방금 숫돌에 간 것처럼 새것과 같다. 하지만 저 역시 뼈와 살이 만나는 곳은 조심스러워 정신을 집중해 조심스럽게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제가 소를 잡는 방법”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고수는 칼을 휘두를 때 피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길을 알고 나름대로 원칙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요즘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여기저기서 사람 잡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최고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아는 것이 많다고 해서 최고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박사(博士)위에 도사(道士)가 있는 것이다. 최고의 백정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도사는 지식이 아니라 영혼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영혼의 울림 없이 아무리 상대방과 소통과 공감을 강조해 봤자 그것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와 같다. 보이는 것만 전부가 아닌데도 벚꽃의 향연도 모른 체 쓸모도 없는 스펙 쌓기에 열중해 세월을 낭비하는 젊은이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진정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사장처럼 선풍기에 인사카드를 날려 인사를 해보는 파격적인 리더는 언제 대한민국에 등장하려는가.

 

박상재(진주서진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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