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168>창원 천주산
명산플러스 <168>창원 천주산
  • 최창민
  • 승인 2017.04.1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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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홍 융단을 깐 듯 온 산이 꽃바다
▲ 진달래가 바다를 이루는 천주산 최대 진달래 군락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선생이 지은 ‘고향의 봄’ 노랫말이다.

그는 어릴 적 창원의 작은 동네에서 큰 도시 마산으로 이사를 갈 때 두고 가는 고향에 대한 정과 아쉬움, 애틋함을 온몸에 각인시켰다. 훗날 그는 몸서리치도록 아쉽고 그리운 산골마을을 떠올리며 ‘고향의 봄’이라는 불후의 명시를 남겼다.

동심 속에 살아 있는 옛날과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은 시어들이기에 지금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성적으로 풀어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향수를 자극했다.

고향의 봄 배경이 된 꽃피는 산골, 아기진달래가 피는 곳이 창원 천주산이다. 당시 아기진달래는 지금 어른진달래가 돼서 매년 4월이면 진달래축제가 열린다.

창원시 마산 회원구 구암 1동 의창구 북면 외감리와 의창동 함안군 칠원면에 걸쳐 있다. 칠원의 주산으로 ‘하늘을 받치는 기둥 같다’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1961년 4월 창원시 의창동과 북면 외감리 소재 산을 천주산(638m)으로 고시했다. 서쪽에 마산 무학산, 동쪽에 창원 정병산으로 이어져 김해 신어산을 거쳐 낙동강으로 잠영한다. 낙남정맥이다. 이 산 북쪽에 유명한 달천계곡이 있다. 명산플러스 취재팀은 축제 후 진달래가 마지막 붉은 열정을 뿜어낸 4월 둘째 주말 이 산을 찾았다.

 
▲ 산 하부에 조성된 편백림


▲등산로; 천주암 입구 주차장→만남의 광장→첫 번째 능선 정상→천주산 정상(용지봉·641m)→함안경계→만남의 광장→천주암 회귀.

▲오전 9시 6분, 천주암에서 출발한다. 진입로가 사찰 업무용으로 좁게 만들어진 도로여서 차량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이 점을 감안하고 접근해야 한다. 천주산이 도시민들의 힐링처가 되면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주민들이 많이 찾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등산로가 매우 넓었다.

천주암 입구 이정표는 ‘천주산 2.4㎞, 만남의 광장 0.9㎞, 산태샘 600m’를 가리켰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스님과 신도들이 연등설치작업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오전 9시 27분, 비교적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안부에 산태샘이 나온다. 맑고 깨끗한 물이 많이 흘러 산행객이나 주말 나들이객의 휴식처가 되는 곳이다. 주변에는 수령 20년 내외의 편백나무 군락지가 형성이 돼 있고 그 초록잎 사이로 또 군락을 이룬 진달래가 한무더기씩 자생하고 있다.

진양정씨 묘지를 지나 만남의 광장에 올라선다. 천주산 용지봉으로 바로 가는 길과 달천약수터, 함안경계로 가는길이 나눠지는 지점이다. 주변에 임시 포장마차와 벤치, 팔각정자가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이 밝아서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기분을 좋게 했다.

함안경계방향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 사면에 천주산 진달래 최대 군락지가 보인다. 천주산 된비알로 방향을 잡아 발길을 재촉한다. 지금까지 완만한 경사였다면 이곳에서부터는 상당히 가파르다.

20여분이 지나 오름길 끝 능선에 닿는다. 헬기장과 황토색으로 변한 드넓은 쉼터는 산이 사람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는 반증이다. 헬기장 가장자리, 몸에 탈이 없다는 뜻의 무양(無恙)을 새긴 목장승이 눈길을 끈다. 산에 다니면 몸에 탈이 생기지 않는다거나 장승에 경배하면 건강해진다는 의미이리라.

 
▲ 천주산 기슭 천주암.


안부에서 고도를 살짝 낮췄던 등산로는 소원 돌탑 3기가 키재기하는 봉우리까지 다시 고도를 끌어 올린다.

맞은편 천주산 최고봉 용지봉 사면에 진달래 최대군락지 확실하게 눈앞에 다가온다. 꽃 대궐 진달래 터널 속으로 등산로가 연결된다. 중간 데크에선 사방에 펼쳐지는 꽃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고향의 봄’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동문 밖 미나리 논, 개울을 따라 내려가면 피라미가 노는 곳이 있어 나는 그 피라미로 미끼를 삼아 물가에 날아오는 파랑새를 잡으려고 애쓰던 일이 생각난다. 봄이면 남쪽 들판에 물결치는 푸르고 윤기 나는 보리밭, 봄바람에 흐느적이며 춤추는 길가의 수양버들. 이삿짐을 실은 수레가 떠나고 우리도 집을 나올 때, 나는 뜰에 줄지어 선 그 국화꽃들이 초라하게 혼자 남는 걸 처량하게 생각했다. 찬바람이 부는 길을 걸어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다리가 와들와들 떨리는 걸 느꼈다. 작고 초라한 창원의 성문 밖 개울이며 서당 마을의 꽃들, 냇가의 수양버들…, 그런 것들이 그립고 거기서 놀던 때가 한없이 즐거웠던 것 같았다. 작가는 고향의 봄을 쓴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진달래만 있는 게 아니다. 멀리 마산의 진산 무학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 이은상의 시 ‘가고파’의 고향 마산과 마산항이 펼쳐져 있다. 왼쪽에 창원 경남도청이 위치하고 북면지역에는 초대형 아파트단지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들어서고 있다.

가고파의 고향이든, 고향의 봄이든 고향은 누구에게나 항시 그리운 법. 첩첩산중 두메산골 어디라도 그 사람의 고향은 그만의 아름다운 고향으로 각인돼 있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그리움이 된다.

한층 더 마음이 아려오는 것은 다시 그 시절을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한 서러움이 우리를 슬프게할 뿐이다. 무섭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다.

오전 10시 30분, 하늘을 받치는 기둥, 천주산 용지봉 정상. 이 계절 천주산은 여수 영취산과 함께 전국에서 으뜸가는 진달래명산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오히려 도시에 섬처럼 우뚝 선 산으로 변해가고 있다.

 
▲ 소원돌탑


같은 의미의 ‘천주’는 지리산에서도 만날 수 있다. 누가 새겼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래 전부터 천왕봉 정상석 바로 아래 서쪽 암벽에 천주암각이 있다. 천왕봉의 거대한 바위덩이를 하늘의 기둥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정상에서 벗어난 지점에서 휴식을 취한 후 낮 12시께, 함안 경계 쪽으로 하산 길을 잡았다. 등산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을 찍거나 진달래꽃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서 올라오는 흙먼지는 주의해야 할 점이다.

낮 12시 24분, 함안경계지점에 도착한다. 막바지 진달래꽃이 진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꽃잎을 떨군 벚나무는 초록잎을 피워냈으며 대지는 초록으로 물들고 있었다. 봄의 끝,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때부터는 만남의 광장까지 임도를 따라 하산해야 한다. 만남의 광장에서 천주암에 회귀할 때까지 40여분이 더 소요된다. 오후 1시 30분, 천주암 앞마당에 섰을 때 처마 밑으로 강한 햇살이 내리쳐 눈이 부셨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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