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사상
손대원(진주외고 수석교사)
나의 교사상
손대원(진주외고 수석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4.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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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원

교직경력 20년이 넘었지만 최근까지는 학생을 이기려고 했던 것 같다. 나의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은 있을 수 없었고, 학교가 정해 놓은 교칙과 규칙을 잘 따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했었다. ‘결석하지 마라. 지각하지 마라.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 물론 모두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이다. 당시에는 학생들을 바른 길로 안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학생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주위의 선생님들께서 자녀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니 학생들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당시에 내게는 먼 이야기였지만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때의 말들이 저절로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은 학생들을 더 많이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교칙과 규칙을 어기더라도 학생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고 이해하려고 한다. ‘오늘은 많이 피곤해 보이는구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 생긴 ○○○야 오늘은 늦었네. 무슨 일 있었니?’,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나도 모르게 학생들을 아들처럼 딸처럼 부모님의 마음으로 생각하게 된다. 아마 우리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실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주로 면지역 중학생과 시내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그 중에는 환경이 어렵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은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이해와 보살핌 속에서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제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은 조금 부족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한 걸음씩 준비하고 있다. 어떤 학생들은 바리스타반에서 자격증을 따고 커피로 성공하겠다는 꿈이 생겼고, 오케스트라반에서 악기를 배운 학생들은 악기를 전공으로 음대를 가고, 축제에서 멋지게 MC를 보던 친구는 가수가 되었고, 자신의 끼를 발산했던 친구는 개그맨이 되기도 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안내하고 바른 생활을 하도록 지도해야만 하는 되는 줄 알았는데, 교사생활을 20년 동안 하면서 돌이켜보니 학생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그들을 품어서 스스로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대원(진주외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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