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차이와 다름’ 극복 못하는 ‘디지털 테러’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경일시론] ‘차이와 다름’ 극복 못하는 ‘디지털 테러’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4.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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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다이하드4.0’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정부에 불만을 품은 전 정부요원의 엄청난 디지털 테러에 교통, 통신, 방송, 금융 등 국가의 모든 기간시설이 초토화된다. 1988년 1편을 시작으로 제작된 이 ‘다이하드’시리즈에는 변하지 않는 공식이 있다. 언제나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 잘못된 상황을 맞아 죽도록 고생한다는 것, 여기서 사건 전개상황의 축이 바로 디지털문화와 디지털 테러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개인과 집단이 다양한 대화를 하면서 사회성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디지털문화는 강한 독립성과 함께 감성적이며 지적 개방성에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외모나 피부색깔이 아니라 인간성으로 인간을 평가하는 포괄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로운 표현, 확실한 소신, 혁신적 태도, 탐구정신, 즉각적인 반응, 공동 관심사에 대한 민감성을 보인다. 디지털문화가 지니는 이러한 요소들은 분명 우리사회에 다양한 발전동력을 제공하고 역동적이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착의 문제를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디지털문화는 사회 발전 동력

문제는 디지털문화가 지니는 속성의 하나인 익명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대선 국면을 맞아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부정적인 언행을 한 인물이나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나 언론사에 대한 디지털 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문자폭탄, 즉 댓글테러는 디지털 테러의 한 부분이다. 지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메모를 당시 외교부장관이 공개했다는 기사의 경우 1만3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송 전 장관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이를 두고 대선 TV토론의 관전포인트는 단연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공방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지지후보를 비판하거나 경쟁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에 대한 댓글 공격도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엄청난 댓글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디지털문화에 유례가 없는 사례다.

문자폭탄, 댓글테러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이자 디지털 테러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에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의사표현은 상대방의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며 법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한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빈부 차, 보수·혁신 간 대결, 지역색 등 오늘날 우리 사회를 사분오열시킨 갈등요인에도 긍정적 요소는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동전 양면의 문제로 지적 그 자체가 다른 한편으로 사회 자정능력을 확대하게 된다는 점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매뉴얼이 전체 사회에 정착돼 있지 아니한 사회다. 뒤죽박죽 일부 사회행태에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반성의 목소리는 바꿔 말하면 뒤죽박죽이 지니는 저력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차이와 다름, 이해 폭 넓혀 나가야

식민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유일한 나라, 6·25전쟁, 분단 70년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반도체, LCD, 휴대폰 등 세계 초일류 제품을 만들고 있는 나라다. 여기에는 기업가적 도전정신과 함께 뒤죽박죽으로 운영되는 사회행태에 대한 비판과 토론, 논쟁의 힘도 한몫한 것이다. 디지털 테러, ‘나와 다름 그리고 차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예의와 배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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