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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바보 전성시대…양성평등으로 가자[시민기자]남아선호사상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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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7  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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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이미지


#장면 1

남동생이 태어나던 날, 세살배기 누나는 조부모댁에 맡겨졌다. 만삭의 며느리를 병원에 보내놓고 “이번에는 제발 아들이어야 할텐데”라고 되뇌던 조부모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에 맨발로 집을 나섰다. 할머니의 기도에 누나는 ‘남동생’의 존재를 처음 인식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의료법 20조 ‘태아 성 감별 행위 금지’에 의거 임신 32주 이전의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무분별한 여아 낙태가 자행되던 30년 전 이 법률안이 시행됐다. 위반했을 경우 의료법 중 2번째로 강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함과 더불어 면허정지까지 뒤따르는 강력한 처벌규정을 갖고 있다.

전면 고지 불가를 전재로 발효된 법률안은 2009년 ‘32주 이후 성 감별 가능’으로 개정됐다. 임신초기 태아의 성별감별로 인한 여아 낙태사태를 막아보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법률로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음에도 공공연히 자행되는 여아 낙태 사태가 뿌리 뽑히지는 못했다.

#장면 2

어머니는 매년 4월이면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80년대 후반의 일이었다. 삼남매 대신 다정한 오누이가 된 남매는 서로 미워할 일은 없었으나 조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남동생과, 남동생을 돌보는 일이 칭찬받는 일이 된 누이 사이에는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유산이 쌓여갔다.

태아의 성별 감별이 전면 금지되었던 1995년, 출생아 성비는 여아 100명 당 남아 113.2명으로 나타났다. 태아 성별 감별 금지가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반면 2015년 남녀 출생아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3명으로 그 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남아선호에 대한 요구는 옅어진 것으로 보인다.

#장면 3

제사를 이어받을 후손(아들)이 필요하다시던 조부모가 돌아가신지 5년이 넘었다. 애지중지 하던 손주였던 남동생도, 그 누이도 30대에 들어섰지만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무덤에서 맨발로 뛰쳐나오실지 모를 일이지만 제사는 오누이의 공동행사로 자리잡았다. 세상이 변했다.

남아선호사상이 흐려지는 것과 동시에 ‘대를 잇는다’는 개념 역시 구시대적 발상으로 취급받고 있다. 집안의 제사를 딸이 물려 받기도 하고, 결혼한 주부 중에는 시댁에 제사가 없다며 명절은 친정에서 보내기도 한다. 오죽하면 ‘딸바보’가 아빠들의 트렌드가 됐다. 가정 내의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져가는 굿뉴스의 한편에서 들려오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건사고들 속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 오래된 차별의 잔재가 담겨있다.

여성의 학업수준이나 사회적 지위,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성상위시대라는 용어는 오히려 역차별을 주장하는 일부 남성들의 반발에 부딪쳐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어하는 차별적 현상으로 인식된다. 어느 한쪽의 상위를 논하기보다 양성의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갈등없는 다음 세상을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진선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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