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주인을 망각한 의회의 예산삭감, 결자해지할 마지막 기회다
강길선(진주시의원)
[의정칼럼] 주인을 망각한 의회의 예산삭감, 결자해지할 마지막 기회다
강길선(진주시의원)
  • 경남일보
  • 승인 2017.05.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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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갑갑하다. 1조원에 달하는 주민의 혈세로 이뤄진 진주시의 본예산이 85건 사업에 93억원이라는 유례 없는 삭감이 돼 표류한지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시의원들의 정치적 감정과 잣대로 마구 휘두른 칼날은 결국 본인들을 향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긴 침묵을 깨고 진주시의원 9명의 절규에 가까운 기자회견은 예산삭감 시나리오에는 실상 진주시의회 전체가 아니라 몇몇 의원들의 거만한 농단이었음이 만천하에 공개됐고, 뒤이어 진주시의 수많은 주민들과 기업인, 단체들이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예산삭감에 대해 하루빨리 추경으로 편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사로운 감정과 힘에 취해 휘두른 칼날은 결국 자신을 향하기 마련이다. 특히 주인이 누구인지조차 망각한 채 함부로 휘두른 몇몇 의원들의 예산삭감 칼날은 진짜 주인인 진주 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시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벌써 조기집행돼야 할 무더기 삭감액 93억 현금이 고스란히 은행 금고에 잠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더 큰 문제는 의회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데 있다. 갈등과 감정대립을 조정하고 시민이익을 위해서 진심을 다해야 하는 의회와 의원들이 오히려 본인의 사사로운 감정에 못이겨 정치적 삭감을 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시간을 끌면서 주민의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인 진주시민들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고 있는 줄도 모르고 아직까지도 진실을 이야기한 의원들에게 의회 위상을 추락시켰다고 비난하는 의장단의 모습을 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진주시의회가 정말 초라하게 느껴지고 한 사람의 의원으로서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시민들의 비난과 몰매를 맞고서도 여전히 의회 위상을 운운하며, 자신들과 가까운 몇몇 의원들을 감싸기에 바쁜 진주시의회 의장단. 마지막으로 애정을 담아 이야기하겠다. 과연 누가 의회의 신뢰와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보기 바란다.

예산삭감을 주도했던 의원들과 의장단은 의회에게 권력을 준 주인이 누구인지를 인식하고 삭감된 85개 사업 93억원을 살리는 방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입장표명하길 바란다. 또한 추경편성실무협의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꼼수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시의회라는 높은 담장 뒤편에 숨어서 진실을 얘기하고 주민의 편에 서는 의원들을 몰아세우려는 구태정치 행태야말로 청산대상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정부와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라고 한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일념으로 전국 지자체가 한 푼이라도 더 국비를 확보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 마당에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정치적인 계산과 사사로운 감정으로 삭감해버린 의회가 있다니, 누가 알까봐 무섭다. 더 이상의 갈등과 대립을 끝내고 진정 주민과 지역경제를 위한 선택은 이미 주민들이 앞서 말해주고 있다. 의회는 시민 염원을 겸허히 받아들여 추경에 적극 나서자.

 
강길선(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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