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나무돌보미’
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경일포럼] ‘나무돌보미’
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4.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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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나오는 뉴스를 따라가다 보면 도시 가로수가 수난당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때가 종종 있다. 건물의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을이면 은행이 떨어져 밟혀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낙엽이 떨어져 수시로 치워야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보니 도시 가로수는 제대로 가지를 뻗을 기력도 없이 잘리고 꺾여 상처를 자가 치료하는데 온 생을 다 바치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시 노원구에서는 주민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동네 가로수를 관리하는 사업을 추진, 확대한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노원구는 2013년부터 가로수와 띠녹지를 주민이 직접 가꾸고 돌보는 ‘나무돌보미(Adopt a tre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신청한 주민 한 명이 가로수 열 내지 열다섯 그루를 1년간 ‘입양’하는 형식으로 맡아서 나무 주변의 쓰레기를 청소하고, 잡초도 제거해 주며, 가뭄이 들 때면 물도 주는 등 가로수를 책임지는 정책이다. 2016년엔 총 184명이 가로수 534그루와 띠녹지 820평방미터를 분양받아 돌봐왔고, 올해는 지금까지 492명이 신청해 가로수 612그루, 띠녹지 3207평방미터를 분양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정책은 지자체의 인력으로는 가로수 전체를 관리하기도 힘에 부치고 행정력의 부족도 문제겠거니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가로수를 가꾸고 사랑하는 정신을 고양함으로써 지역의 환경을 좋게 만들자는 취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필자는 한 가지 더 우리 지자체를 비롯해 대학에서도 이러한 일들을 본받아 도시ㅠ 가로수뿐만 아니라 학교숲을 관리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지자체에서는 앞서 말한 정책에 더해 이러한 정책을 벤치마킹하되 자원봉사를 하는 ‘나무돌보미’ 들에 대해 지역의 환경을 잘 가꾼다는 의미에서 환경지킴이 상을 제정해서 포상을 할 수도 있고, 그들이 가꾸는 가로수가 병에 걸렸다거나 하면 병충해 방제를 우선적으로 해 준다거나 가로수를 가꾸는데 필요한 각종 도구와 지원을 필수적으로 하며, 일종의 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용권을 선물로 주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물론 자원봉사라는 한도에서 적절히 말이다. 그 뿐인가. 지역 대학에서는 모교를 졸업한 동문들이나 관계자들에게 학교의 나무를 가꾸는 지정나무 가꾸기를 실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며, 졸업한 동문들에게는 대학의 발전을 위해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위해 그 나무를 졸업한 동문의 나무로 지정하고, 그분들이 직접 찾아와 가꿀 수 없는 경우나 그에 준해 그 나무를 대신 가꾸어 줄 수 있는 ‘학생나무돌보미’에게 그 분이 장학금을 대학에 기탁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통해 대학은 졸업한 동문들에게 모교를 더욱 사랑하는 정신을 고양할 것이며, 그로부터 장학금을 수혜 받은 학생은 가까이는 모교를 사랑하고, 학교숲을 가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대학은 대학대로 지역 환경의 파수꾼 역할도 할 것이다.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주민들의 환경사랑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주변의 나무들은 더 잘 자라 크게는 우리나라 전체로 이러한 ‘나무돌보미’가 확대되고 국가 정책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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