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만국공통어
손대원(진주외고 수석교사)
수학은 만국공통어
손대원(진주외고 수석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5.0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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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원

우리 학교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기숙형고등학교로 지정되어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기숙형고등학교는 경남에는 20곳이 있으며 진주에서는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

그리고 우리 학교가 기숙형고등학교 운영을 시작할 그즈음 경남교육청과 경남미래교육재단이 해외동포 자녀들을 위한 무상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였는데 우리 학교는 그 프로그램 대상학교에도 선정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재일교포 자녀 4명, 키르기스스탄 교포자녀 1명 이렇게 5명의 학생이 공부를 하고 돌아갔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교포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에 차이가 있었음에도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무척 재미있게 함께 공부했다는 것이다. 한글을 읽고 쓸 수는 있지만 말을 잘하지 못하는 친구, 말은 할 수 있지만 쓰기와 읽기가 되지 않는 친구 등 그들은 다양한 한국어 수준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수학 과목은 수와 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어 수준과 무관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수학 수업은 주로 말보다는 수식을 이용해서 진행했는데 말로 하는 수업보다 수식으로 진행하는 수업이 학생들 입장에서 더 집중력 있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가끔씩 도표와 그래프를 그려서 설명을 돕기도 했는데 우리 학생들끼리도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들 학생의 수업 내용에 대한 피드백으로 교과서 문제를 직접 칠판에서 풀어보게 하였는데, 문제 풀이를 한 내용들 중 잘못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은 밑줄이나 색분필로 첨삭만 해도 수업 내용을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게다가 수학의 경우는 한국과 일본의 교육과정이 비슷해서 익숙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이를 통해 나는 수학이 언어적 의사소통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는 것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고 나아가 전 세계인들과도 교감할 수 있는 만국공통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16년에는 국제로타리클럽의 글로벌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우리 학교가 선정되어 프랑스, 스페인, 체코에서 온 외국인 학생 6명이 우리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게 되었는데 이들과도 수학 공부에서만큼은 활발히 소통할 수 있어서 그 해 열렸던 경남중등수학체험전에도 함께 참가하기도 했다.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우리와 함께 공부했던 날들을 멋진 교육 한류로 기억하길 바라며 거기에 큰 장애 없이 수와 식이라는 만국공통어로 활발히 소통했던 수학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손대원(진주외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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