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야생차밭을 찾아서’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야생차밭을 찾아서’
  •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 승인 2017.05.07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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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하게 돋아난 봄 향기, 찻잔에서 즐긴다
하동군 화개면에 위치한 비주제다의 야생차밭. 곡우를 지나 찾아간 차밭에는 새 잎이 한창 돋아나고 있다.


벚꽃이 한창이던 지난 3월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비주제다 야생차밭을 찾았다. 현원당에서 즐겨마시는 ‘만수가 만든 차’가 이곳 화개의 야생차밭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에 분홍빛 벚꽃물결에 초록빛 돋아나는 차밭을 그리며 도착했지만 비주제다 안사장 최근영씨의 한마디에 상상은 깨졌다.

“벚꽃 잎이 떨어질 때쯤 찻잎이 올라와요”

과연 칠불사로 향하는 산길을 따라 벚꽃은 한창이지만 산비탈 차밭은 겨울빛으로 고요했다. 차밭의 초록풍경은 아직 멀었고 이른 봄 쑥으로 만든 ‘봄머슴차’를 한잔 얻어마시고 발길을 돌렸다.

4월20일 곡우를 즈음해서 하동에서 새 차가 나오기 시작했다. 흔히들 ‘우전’이라고 하는 첫 차다. 겨울을 지난 차나무 가지 끝에서 연두빛으로 돌돌 말린 새 잎이 창처럼 돋아나온다. 가지 끝에 잎이 2~3장 나고 새로 돋아나는 창이 달린 상태를 1창 2기, 1창 3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까지 찻잎을 세작으로 즐길 수 있다.

 
청처럼 돋아난 새순과 잎의 개수를 쳐서 1창3기까지를 흔히 세작으로 쓴다. 현숙씨가 차나무 잎을 따서 보이고 있다.

한달이 족히 지나 다시 찾은 비주제다의 야생차밭은 연두빛 새잎이 다투어 돋아나고 있었다. 바위가 툭툭 튀어나온 야생차밭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찻잎을 따는 일은 오로지 몸으로 하는 일이다. 뾰족하게 올라온 새 잎을 똑똑 따면서 더디게 바위산을 오르는 일은 시간과 정성이 구할이다. 오랫동안 찻잎을 따온 동네 주민 셋이 아침나절 내내 딴 잎이 6㎏ 남짓, 종일해도 10㎏을 넘지 못한다. 갓 따낸 찻잎 1㎏에서 세작 80g 2봉지 가량이 나온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 바위산 차밭에서 제멋대로 돋아난 새순을 뜯어다가 그날 내로 만들어내기까지 손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전의 비싼 몸값이 수긍이 된다.
 
모노레일을 타고 차밭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왼쪽부터 비주제다를 운영하고 있는 홍만수·최근영씨와 김현숙 현원당 원장이 아직 찻잎이 나지 않은 3월말 차밭을 둘러보고 있다.

카테킨, 테아닌 등 차의 좋은 성분들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데도 녹차는 인기음료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녹차는 차가운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 때문이다. 비주제다 홍만수 대표는 “매일 에어컨 앞에서 찬 음료수를 즐기면서, 하루 한잔도 채 마시지 않는 녹차 핑계를 대는 것은 억울하다”는 일리있는 주장을 펼쳤다. 녹차는 찬 성질, 발효차로 갈수록 따뜻한 성질을 가진다. 체질에 맞게 즐기면 차와 몸의 궁합이 더 좋아진다.

갓 피어난 녹차의 향을 즐기려면 너무 뜨거운 물도 안되고, 너무 오래 담가두어도 안된다. 차밭을 향해 널찍한 창이 난 다실에서 현숙씨와 비주제다 차인들의 찻수다가 깊어지는 동안 찻잔에는 제 몸을 식힐 새 없이 봄 향기가 또르르 채워지고 비워졌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찻잎을 따는데는 동네주민들의 손길을 빌린다. 비탈진 야생차밭에서 찻잎의 성숙 정도를 살펴 잎을 따내야 하는 일이라 숙련된 손길이 필요해 일당도 만만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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