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44>울산 태화강 십리대숲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44>울산 태화강 십리대숲길
  • 김귀현
  • 승인 2017.05.0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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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로 만든 사랑의 의자.


◇환경과 생태의 길, 태화강 십리대숲길

매화 진 자리, 진달래와 벚꽃이 차지하고, 벚꽃이 다시 봄을 복사꽃에게 물려주고 있을 무렵,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길 걷기힐링을 떠났다. 나무들은 내년 봄이면 다시 꽃을 피울 것이다. 그렇게 해마다 봄이 오면 꽃을 피우는 나무들을 인간은 부러워한다. 한번 시든 청춘은 다시 되돌아오기가 어렵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정말 인간은 한번 늙으면 청춘을 되찾기가 어려울까? 물리적이고 형이하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면 이 말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성을 사랑하든 나를 사랑하든, 인간은 사랑하는 그 순간에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인간의 의지에 따라, 인간과 자연의 꽃을 피게 할 수도 있고 지게 할 수도 있다. 오염으로 인해 시들고 늙어버린 태화강, 민관(民官)의 노력으로 청춘을 되찾고 다시 꽃을 피운 울산의 태화강은 이제 환경과 생태 교육의 표본으로 꼽히고 있다.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면서 의무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환경은 파괴되고, 그 결과 기상이변이 오고, 덩달아 미세먼지 등이 인간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화시기였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먹고살기에 바빠서 환경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특정 지역에 VIP가 방문하면, 산업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공장에 연기를 하늘 높이 솟구치도록 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산업화시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나타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이제 우리가 치유해야 할 때다. 이번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은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산업화시대 일어난 부작용을 민관(民官)의 노력으로 치유한 모범적 사례가 된 울산광역시 태화강변 십리대숲길로 떠났다.

 
▲ 숲해설가로부터 설명을 듣고있는 회원들.


◇바람이 묻고 숲이 대답하는 시간

이번 태화강 십리대숲길 탐방은 파괴된 생태와 환경을 복원시켜 놓은 태화강의 속살을 보고 환경과 생태를 살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로운 일인가를 가슴에 담아오기 위해 힐링여행을 떠났다.

태화강은 1960년 울산이 국가산업도시로 급성장하면서 무분별한 개발과 인구유입으로 점차 죽음의 강으로 바뀌어갔다. 2000년 6월에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일어나고, 그 전후로 해마다 반복되어온 물고기 폐사 사고는 태화강이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게 했고, 울산시와 환경단체가 한마음이 되어 태화강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수처리장 건설 및 하천정화사업과 더불어 기초수질개선, 생태복원에 온힘을 기울인 결과, 수질이 3~4급수에서 1~2급수로 회복하여 연어가 되돌아오고 수달이 서식하기까지 했으며, 떠나서 돌아오지 않았던 철새들도 태화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런 민관의 노력으로 죽음의 강이 될 뻔한 태화강은 다시 생기 넘치는 생명의 강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생태가 복원된 태화강변에 대나무 생태공원, 제방 산책로, 야외공연장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친환경적인 생태공원을 조성하여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생태와 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공원 중심에 태화강 십리대숲길이 있다.

‘강변에서 풀어진 마음이 바람을 따라가다 보면 대숲을 만납니다. 어느새 느려진 발걸음에 시간을 걱정하진 마세요. 저만치 뒤에서 함께 걷고 있으니까요.’ 태화강대공원과 십리대숲 입구의 안내문에 담겨 있는 글이다. 이 글이 아니라도 십리대숲길은 탐방객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길은 만남과 소통의 통로다. 대숲으로 나 있는 길은 선선한 바람을 만나게 하고, 따가운 볕을 걸러내고 맑고 상쾌한 기운만 스며있는 빛을 만나게 하고, 바람과 햇살이 키운 대나무의 고결함과 욕심을 비운 채 곧게 선 군자를 만날 수 있어 더 좋다. 삼밭에서 자라는 쑥이 구부러짐 없이 곧게 자라는 것처럼, 대숲길을 걸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대나무의 영향을 받아 청빈과 무욕, 그리고 고결함이 몸에 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대숲길을 이토록 많이 찾는데도 세상이 더욱 오염되어 가는 걸 보면 대숲길을 하나의 풍경으로만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울 뿐이다.

 
▲ 십리대숲길과 태화강이 어우러진 풍경.
▲ 십리대숲길을 걷고 있는 탐방객들.


◇치유와 생태의 길 대숲길

대숲길 중간중간에 대나무 의자로 쉼터를 마련해 놓았고, 의자 뒤켠에는 ‘금연’이라는 경고문 대신에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금연을 선택하세요’라는 부드럽고 따뜻한 표현이 있었다. 부드러움이 강함보다 더 큰 울림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든다는 걸 알고, 보건소에서 안내문을 붙여놓은 것 같다. 그리고 대숲길에는 대나무로 만든 하트 모양의 조형물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탐방객들이 즐겨 사진을 찍는 포토존으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대숲길에서 마음을 비워서 그런가, 탐방객들의 얼굴이 한결같이 밝고 부드러웠다. 심각한 표정을 하거나 무거운 모습을 한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질 않았다. 살아오면서 힘든 일이나 말 못 할 고민도 이 대숲길을 걸으면서 서로 나누어 가진다면 마음속의 짐들은 모두 대숲에 이는 바람이 헹궈 주고, 고민에 찬 얘기는 모두 대나무 빈 속이 수용해 줄 것만 같았다. 각자가 어깨에 짊어지고 온 크고 작은 아픔들을 모두 대숲에 부리고 간다면 이 또한 큰 힐링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수많은 대나무들이 만파식적이 되어 탐방객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근심걱정들을 모두 잠재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태화강 십리대숲이 녹색 유니폼을 입고 생태와 환경 지킴이로서 제 역할을 다해 주고, 사람들 역시 자연을 잘 가꿔 나간다면 자연과 사람 모두 자신을 닮은 꽃을 활짝 피울 것이라 확신한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 출고를 기다리는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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