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현대 대의(代議)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역할은
김향숙(객원논설위원·인제대 응용수학과 교수)
[경일시론] 현대 대의(代議)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역할은
김향숙(객원논설위원·인제대 응용수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5.1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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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정부’, 즉 주권이 그 국민에 있어야 한다는 정치적 이념을 말한다. 모든 정치적 권력은 국민이 가져야 한다는 루소의 주장과 미국 헌법 첫머리에 등장하는 ‘we the people(우리, 국민들)’은 이를 잘 표현하는 예이다. 최초의 민주주의는 직접 선거를 통해 이뤄진 반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와 조금 다르다. 민주주의가 국민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오늘날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표들이 국민의 의견을 대변해 국가를 운영하는 대의(代議)적 형태이다.

그렇다면 국민 직접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대의적인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얼을 제대로 계승한다고 볼 수 있는가. 만일 선출 대표자들이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을 뽑아준 국민의 의견을 반드시 묻고 반영한다면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정부’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자들은 적어도 국민의 의견과 바람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최대한 반영 및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에 하나 국민이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못했더라도 정당한 민주적 절차로 내려진 결정이라면 대다수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그 시행을 보류하는 등 정부의 판단과 행동이 정부의 주체인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려는 것임이 명백하다면 대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핵심이념을 제대로 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러한 이상적 대의 민주주의는 오늘날 우리나라는 물론이며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존하는 대의 민주주의 정부는 오히려 선출된 대표자들에 의한 독재체제에 가깝다. 선거는 가끔 하고, 투표 이외에 직접적 의사표현은 할 수 없으며, 선출 대표가 국민의 의견을 묻는 것은 비정상이 되어버렸다. 국민이 직접 의견을 표출해 선출된 정부가 집권 기간에는 독재적인 행태로 정부를 운영하는 이 형국은 현대 대의 민주주의의 잔인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럼 결국 현대 대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정신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불완전한 대의 민주주의가 우리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것에 우리는 만족하고 있는가.

현대 개발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존속하기 위해 첫째, 국민은 자신이 바라는 대표가 누구인지에 대한 분명한 의사표현을 해야 하며, 둘째, 대표자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즉 국민의 의무가 투표라면 선출자의 의무는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잘 대변하는 것이다. 19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이 역대 최고 투표율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선출된 대표는 이러한 국민 열의에 응답해 대의 민주주의 정신을 수호하는데 필요한 자신의 역할과 의무는 무엇인지, 또 어떤 지도자상을 갖고 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현대 대의 민주주의 정부에서 선출 대표는 국민이 가진 정치적 권력과 국민이 허가한 국민 결정권을 대신 행사하는 사람이므로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국민을 섬겨야 하며, 대표 지위가 국민의 의해 주어진 만큼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또 선출 대표는 국민의 의사와 결정을 대변함으로써 현대 대의 민주주의 정체성을 수호한다는 사명감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국민을 기만해 얻은 권력으로 국민을 지배하려 한다면 결국 합법적인 독재자이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국가 적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김향숙(객원논설위원·인제대 응용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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