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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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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0  23: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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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394)

“주영아빠랑 나눠 가진 돈도 좀 있을 건데 그 돈은 다 어쩌고 우리한테 그랬을까 그러니까 자꾸 불안한 쪽으로 생각이 기울죠.”

“촌살림이 뭐 그리 큰 돈 될 거야 있었겠나. 필요한 만큼만 쓰고 돌려 준 양심을 믿어보자. 양심이 바로 선 사람은 잘못 된 판단으로 설령 엇길로 갔다가도 금방 돌아와.”

양지는 다시 많은 생각에 짓눌리고 떠밀려서 나날을 보냈다. 시원찮은 건강이 회복되기 전에는 다른 시도를 하기도 마땅찮다. 하지만 선 안에서의 시각과 선 밖에서의 관찰이 보이는 현저한 차이 같은 건 이즘 들어 더욱 환연히 깨달은 상태이니 자신이 나아갈 바 행로에 대한 실체의 접근에도 다다른 느낌이다. 하므로 자매간인 호남을 다그치는 말은 곧 자신을 점검하고 다짐하는 것임도 안다.



삼사일 후면 퇴원을 해도 좋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날이었다. 그러잖아도 옭매인 듯 한 일상에 근질거리는 몸을 훌훌 털면서 어서 병원을 벗어나고 싶던 참이라 온 몸으로 뻗는 생기를 쭉 뻗은 팔뚝으로 확인한다.

들뜬 마음으로 퇴원준비를 하느라 사물함을 정리하고 있는데 고종오빠가 들어왔다.

“뭘 그리 열심히 뒤비노?”

“저모레쯤 퇴원해도 된다는데 슬슬 퇴원 준비 좀 할라고예. 너무 오래 누워있어서 그런지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배기고 갑갑해서 죽겠어예.”

“그런 말 나올 줄 알고 내 부탁하나 갖고 왔지.”

“뭔데예?”

오빠는 포켓 주머니에 넣고 왔던 두툼한 종이뭉치를 꺼내더니 양지에게로 넘겨주었다. 아직 정리가 덜된 서류와 작은 서적도 끼여 있었다.

“이게 뭔데예?”

“내가 수집해 본 기록인데 동생이 그냥 있기 심심하모 한 번 쭈욱 훑어봐 돌라꼬.”

그러면서 옆에 놓인 의자에 앉은 오빠는 침착하고 부드러운 편안함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외숙모님께 들어서 동생은 내 출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쟤?”

서두를 그렇게 열면서 장현동 고종오빠는 정리하다만 서류와 서적 등을 펼쳐 보였다.



“형평운동 선양회?”

서류 제목을 눈으로 훑던 양지가 반문을 했다.

“지역사회에서 밥 묵고 살면서, 뭐든 해야겠다 싶었는데 이 일이 떠올랐던 기라. 내 집안, 아니 내 어머니가 관련된 일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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