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5> 통영 장사도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5> 통영 장사도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05.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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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한려수도의 중심에는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항구인 통영이 자리 잡고 있다. 수산업의 발달로 해상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다도해의 많은 섬을 거느린 관문역할을 하고 있는 통영은, 사통팔달 도로로 연결되어 전국 각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각종 해산물로 넘쳐나는 서호시장은 밤새 잡은 고기를 동이 트기 전 통통배에 싣고 달려와 내려놓고, 분주한 경매시장이나 가게와 좌판에 해산물을 진열해 지나는 손님들과 흥정하는 정겨운 아낙들의 모습을 보며 통영에서의 아침을 열 수 있는 곳이다. 대표적인 섬 관광지로는 소매물도와 욕지도 사량도 비진도 장사도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 중 장사도는 긴 섬의 형상이 누에를 닮아 잠사도라고도 했다.

현재 장사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없어 장사도에 가려면 반드시 유람선을 타야 하며 체류시간은 2시간 정도인데, 장사도해상공원 측은 2시간 30분을 체류시간으로 제의하고 유람선연합회 측은 1시간 30분을 주장했지만 양측은 2시간에 합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통영에서는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 장사도행 유람선을 승선할 수 있으며, 거제는 저구항 대포항 가배항 등의 세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위치하지만 거제에 더 가까우며, 대포항에서는 10~15분간 배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다.

1980년대까지 14가구 83명의 주민이 살았다고 하지만, 현재는 거주하는 사람 없는 개인 소유의 섬으로 상주 인원은 4~5명이고, 전체 직원은 30여명 정도인 장사도해상공원 까멜리아는 지난 2012년 개장했다. 장사도의 자랑거리는 수백 년생 동백나무 10만여 그루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와 천연기념물 팔색조, 동박새, 풍란과 석란 등을 들 수 있는데, 섬에서 볼 수 있는 사람 키보다 큰 식물은 최소 몇 십 년 된 식물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별에서 온 그대’와 ‘따뜻한 말 한마디’같은 드라마,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런닝맨’도 이곳에서 촬영했을 만큼 아름다운 경관에 눈이 부신다.

장사도에는 승리전망대를 비롯하여 부엉이전망대 달팽이전망대 다도전망대 미인도전망대 등 곳곳에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를 많이 설치해 놓았으며, 온실 동백터널길 미로정원 맨발정원 장미터널 등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죽도국민학교 장사도분교 섬아기집 작은교회 등은 여러 사람들의 고증을 거쳐 주민들이 거주할 당시처럼 복원하여 어린시절 옛 모습에 향수를 느낄 수 있으며, 분교의 운동장은 분재원으로 탈바꿈시켜 마치 커다란 분재원에 온 기분이 들기도 한다.

수선화가 활짝 핀 언덕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뽕잎아이스크림을 사서 건네는 친구가 있다. 너무 달지 않으면서 감칠맛 나는 뽕잎아이스크림 맛에 반하여 그 맛을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아이스크림 자국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아뿔싸 친구의 아이스크림이 과자에서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안타까운 마음에 얼른 뛰어가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내미니 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깨끗이 치우는 친구가 참 멋져보였다.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건너며 형형색색 어우러진 꿈도 그려보며 편안하게 걷기를 계속한다.

여기서 임진왜란 최초의 승리 해전인 옥포대첩 이야기도 만난다. 왜군의 기세에 밀려 많은 군사를 잃었던 원균은 전라 충청에 이르는 해로인 옥포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전라좌수사 이순신에게 구원을 요청하여, 이순신은 휘하의 판옥선 24척, 협선 15척, 포작선 46척을 이끌고 당포 앞바다에서 합세하였고, 원균은 그가 거느리고 있던 70여 척의 전선을 모두 잃어 겨우 6척으로 전투에 임하였다. 5월 7일 낮 12시경 옥포 포구에 정박하고 있는 적선 50여 척을 발견한 아군은 이들을 동서로 포위하여 포구를 빠져나오려는 적선들에게 맹렬히 포격을 가하는 치열한 전투를 벌여, 아군 피해는 별로 없이 적선 26척을 격침하는 큰 전과를 올려 임진왜란 최초의 해전 승리를 장식했다는 승리전망대의 옥포대첩 이야기다.

 
 


온실을 지나 섬아기집 마루에 걸터앉아 은은하게 들려오는 동요가락을 배경음악으로 적당하게 휴식을 하며 맛있는 과일을 나누다가 옻칠미술관 미로정원을 거쳐 야외공연장에 이른다. 별에서 온 그대 촬영현장이기도 한 야외공연장은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통영국제음악제 기간에는 프린지 공연 등도 열린다고 하지만, 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공연도 모두 보지 못하고 자리를 떠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장사도의 추억을 전할 수 있는 메일로드도 있어 아름다운 추억을 전할 수도 있고, 메일로드 입구에는 유치환의 ‘행복’ 시비가 서 있어 눈길을 끈다. 누비하우스에서는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빼떼기죽과 멍게비빔밥도 판매한다. 빼떼기죽은 생고구마나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볕에 말려 만든 빼떼기를 양식이 부족한 겨울에 팥 등을 넣어 죽으로 끓여 먹었던 음식으로, 최근에는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다시 주목받는 영양식이 되었는데 과연 그 맛은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부엉이전망대 작은교회 야외갤러리를 거쳐 이제 출구선착장에 다다른다. 장사도는 입구 선착장과 출구 선착장의 위치가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는데, 관광객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내리는 곳과 타는 곳을 다르게 한 것이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으므로 입구 선착장과 출구 선착장을 잇는 둘레길 조성도 계획 중이라니 기대해볼 만도 하다. 2시간의 장사도 투어는 잠깐으로 끝나 아쉬움이 많았지만 오갈 때의 뱃길이 달라 한산도를 사방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니 행복하다.

이제 유람선에서 내려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한산도회식당으로 간다. 오래전부터 자주 찾은 집이지만 이동하며 다시 예약을 확인하고 작은 도시답지 않게 밀리는 길을 달려 식당으로 들어서니 손님으로 가득하다. 준비된 자리에 착착 앉아 모처럼 신선하고 맛있는 자연산회를 안주 삼아 쇠주잔도 기울이며 오늘 지나온 아름다운 장사도길과 한려수도의 그림 같은 뱃길을 고이 기억 속에 간직한 채 통영 장사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장사도가는길


까멜리아
말뚝박기놀이
부엉이전망대
섬아기집앞
무지개다리
운동장은분재원
온실
멍게비빔밥
빼떼기죽
뽕잎아이스크림
통영유람선터미널
한산도 회
20170409_114008
'행복'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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