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이란
박상재(서진초등학교장)
복(福)이란
박상재(서진초등학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5.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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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복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을 의미한다.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서경’에 보면 인간의 오복(五福)에 대해 말한 게 있다. 오복은 수(壽), 부(富), 강령(康靈),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綜命)이다. 오래오래 사는 것, 넉넉히 부자로 사는 것, 건강하고 평안하게 사는 것, 도덕을 지키기를 좋아하며 사는 것,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것 등이다. 다산 정약용은 사람이 누리는 복을 열복(熱福)과 청복(淸福)으로 나눴다. 열복은 누구나 원하는 그야말로 화끈한 복이다. 높은 지위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며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고, 청복은 욕심없이 맑고 소박하게 한 세상을 건너가는 것이다. 가진 것이야 넉넉하지 않아도 만족할 줄 아니 부족함이 없다.

조선 중기 송익필은 ‘足不足’이란 시에서 “군자는 어찌하여 늘 만족하고 소인은 어이하여 늘 부족한가? 부족해도 만족하면 남음이 늘상 있고, 족한데도 부족타하면 늘 언제나 부족하네. 넉넉함을 즐긴다면 부족함이 없겠지만 부족함을 근심하면 언제나 만족할까? 부족함과 만족함이 모두 내게 달렸으니 아침에 만봉에서 흰 구름 피어남 보노라면 절로 갔다 절로 오는 높은 운치가 족하고 저녁에 바다 밝은 달 토함보면 가없는 금 물결에 眼界(안계)가 족하도다”라고 노래하며 청복을 누리는 지족의 삶을 예찬했다. 다산은 “세상에 열복을 얻은 사람은 많지만 청복을 얻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며 하늘이 청복을 아끼는 이유를 알겠다”라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청복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열복만 찾는다. 열복은 항상 중간에 좌절하거나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리 열복만 죽기살기로 찾는지.

노자의 도덕경에도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만족함을 알면 욕됨을 당하지 않고 멈춰야 할 곳에서 멈추면 위태롭지 아니하다)라고 가르침을 남겼건만. 행복의 기준은 남이 아닌 내가 설정하는 건데 남의 시선을 의식하니 항상 부족하고 도대체 만족을 모른다. 후끈 달아오른 욕망은 제 발등을 찍기 전에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잠깐의 실수로 경멸과 질시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때 가서 자신의 잘못을 겸허하게 반성하기는커녕 주먹을 쥐고 ‘두고 보자’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를 갈기만 하다가 끝내 청복을 누려볼 희망마저 잃고 만다.

 

박상재(서진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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