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꽃잎
당신이 보내온 소식이려니
쪼그리고 앉아 오래오래 들여다볼게요
하시라도 떨어질까
살짝 젖은 속눈썹으로 떠받들고 있을게요
-최연(시인)
아득함이 밀려오는 디카시다. 도종환의 ‘꽃잎’이라는 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러니 화자의 속눈썹에 살짝 비친 그 떨림의 의미가 몹시 궁금해지는 봄의 한낮이 아닐 수 없다. 매해 봄이 오는 길목에서 수없이 피어나는 꽃들을 마중하며 소식 없는 그대에게 가만히 안부를 묻는 시인의 모습이 선명하지 않은가! 산수유가 첫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목련이 하얀 종이배처럼 피었다고, 지금은 이팝꽃이 온 거리에 물결치는 중이라고 말이다.
저 꽃잎, 모가지를 꺾어 툭 떨어진다 해도, 오래도록 꽃은 지지 않을 것만 같다. 젖은 눈동자 속에 간직한 꽃잎은 이 봄이 다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이므로./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