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22)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22)
  • 김귀현
  • 승인 2017.05.11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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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문인들이 선호하는 경남지역 속의 소재들(4)
 


1960년 3월 15일에 일어난 ‘3.15의거’를 소재로 쓴 김춘수의 시가 부산 ‘국제신보’에 3월 28일자로 발표되자 아직 유명 시인으로 드러나 있지 않았던 김춘수라는 이름이 화제에 올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의 시가 정의와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생래적인 저항의 시심을 담기 비롯했을 때 그는 그 자체가 ‘순수’라는 것을 체험했을 것이다. 남미 쪽에서는 그래서 저항시를 순수시라고 부르는 것일 터이다.

김춘수는 이어 7월 10일에 재빨리 편집되어 나온 ‘학생혁명시집’에 두 번 째 시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을 발표했다.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그대들 깊은 청정(淸淨)한 부분에/ 고이고 또 고였다가/ 서울에서 부산에서/ 인천에서 대전에서도/ 강이 되고 끓는 바다가 되어 넘쳐서는 또한/ 겨레의 가슴을 적시는 것을,/ 1960년 4월 19일/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잔인한 달 4월에/ 죽었던 땅에서 라일락이 피고/ 그대들 죽음에서 천의 빛 줄이 나래를 치는 것을/ 죄없는 그대들은 가고/ 잔인한 달 4월에/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이/ 메아리되어/ 겨레의 가슴에 징을 치는 것을,/ 역사가 제 발로 달려오는 소리를..../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두 번째 시는 보다 차분해졌지만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같은 도치법이나 짤막 짤막 호흡을 끊어서 이어내는 서술은 그 이후 시인들이 모방어법으로 활용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시대 고발과 같은 흐름에서는 시상이 지극히 단순한 것으로 반복어법을 구사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어쨌거나 이 시기의 김춘수 시의 표현에 매력을 느낀 젊은 시인들이 많이 나왔다. 그 무렵 신인들의 작품들을 챙겨 보면 쉽게 찾아지는 것이다.

김춘수 다음으로 등장하는 시인은 김태홍(1925-1985)이다. 3월달을 넘겨 4월 12일에 부산일보 지면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저항시다. 아직 이 시기에도 정국은 한없이 불투명한 나날의 지속이었다. 시 ‘마산은’이 실렸다. “마산은/ 고요한 합포만 나의 고향 마산은// 썩은 답사리 비치는 달그림자에/ 서정을 달래는 전설의 호반은 아니다// 봄비에 눈물이 말없이 어둠 속에 괴면/ 눈동자에 탄환이 박힌 소년의 시체가/ 대낮에 표류하는 부두-//학생과 학생과/ 시민이//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민주주의와 애국가와// 목이 말라 온통 설레는부두인 것이다// 파도는/ 양심들은 역사에 돌아가 명상하고//붓은 마산을 후세에 고발하라/ 밤을 새며 외치고/ 정치는 응시하라. 세계는/ 이곳 이 소년의 표정을 읽어라/이방인이 아닌 소년의 못다한 염원들을 생각해 보라고/ 무수히 부딪쳐 밤을 새는/ 피절은 조류의 아우성이 있다......”

시는 염원과 절규가 범벅이 되는 가운데 정리되지 않은 채로 생경히 드러나는 구절들이지만 민주를 부르짖는 학생들의 절규를 가리켜 ‘움직이는 세계’라고 규정한다. 부산일보는 이때에 의거의 물결에 휩싸이게 된다. 김태홍은 창원출생이며 마산여중 마산여고 교사를 거쳐 부산고등학교 교사와 부산일보 논설위원을 지냈다. 1950년에 시집 ‘땀과 장미의 시’로 데뷔하여 활동했는데 이 무렵까지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시인은 아니었다.

진주에는 그의 마산여고 제자인 김정희 시조시인이 있고 서울에 있는 제자로는 부산출생 평론가이자 전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교수였던 김선학이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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