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남부 산업동물질병 연구센터 건립 제안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아침논단] 남부 산업동물질병 연구센터 건립 제안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5.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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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시작된 조류독감(AI)이 완전히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올 4월 중순이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4월 19일부터 AI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약 6개월 동안 AI로 인하여 경남도 3개 시군(양산ㆍ고성ㆍ하동) 14농가의 25만 마리 등 전국 10개 시도 50개 시군 946농가의 가금류 3783만 마리를 살처분하였다. 실로 어마어마한 재앙이었으며 행정·재정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AI가 앞으로 더 이상 창궐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또한 더 무서운 것은 AI도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다.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 감염성 질병의 약 60%가 인수공통감염병이며, 종류도 무려 300종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끝난 이번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서 AI에 대비한 처방이나 계획은 아주 미미한 정도였다. 벌써 AI에 대한 심각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주로 늦가을 또는 초겨울에 발생하여 이듬해 봄까지 기승을 부리는 AI는 일단 진정되었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재앙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한 먹거리를 지켜내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까. 부산 기장군은 지난 3월 ‘감염병방역단’을 신설했다. 감염병방역단은 고병원성 조류독감 피해 확산을 계기로 인수공통감염병에 상시ㆍ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기장군의 인식이 돋보인다. 최소한 기장군 내에서는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4월 25일 전남대에서 열린 ‘지역경제포럼’에서도 “인수공통감염병 관련 연구와 산업화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남부권에 산업동물질병 연구센터의 설립을 제안한다.


현재 정부 각 부처의 업무를 총괄 조정할 수 있는 기구는 없는 상태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사람, 동물, 환경, 보건 관련 담당 부서가 각각 달라서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도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특히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경로를 추적하고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전문연구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원광대와 전북대에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와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소’를 설립했다. 하지만 소수의 연구센터로는 급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연구와 인력양성, 긴급 방역, 항구적인 방역체계 구축을 위한 이론적 토대 제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남ㆍ경북ㆍ울산ㆍ부산과 전남을 아우를 수 있는 남부권에 새로운 산업동물질병 연구센터를 설립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된다. 부산은 해외물류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중심지이며 따라서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질병에 대한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해외 전염병의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물론, 남부지역에 위치한 의과대학과 수의과대학이 연계하여 산업동물질병 관리 전문인력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전염병의 관리는 시간과 효율의 싸움’이라고 한다. 또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AI가 발생하고 난 뒤 허둥댈 것이 아니라 따뜻한 봄날과 무더운 여름을 지날 때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 AI로 인한 계란 값의 파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루가 급하다.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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