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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어치새(산까치)도 죽여선 안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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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21: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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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이자 소설가였던 이병주는 그가 쓴 대하소설 ‘산하’에서 ‘태양이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후세의 사가들은 국정농단으로 일어난 대통령 파면과 그로 인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새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를 어떻게 평가하고 기록할까. 누가 역사의 뒤안길에서 패배자가 되고, 누가 월광에 물들어 신화가 될지는 미지수이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이며 도전에 대한 일련의 응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성장의 증거’라고 했으니 오늘의 현상을 그 과정으로 여기고 지켜볼 따름이다. 성장과 반전, 쇠퇴와 해체가 거듭된 것이 인류의 역사라고 볼 때 오늘의 상황이 다만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할 뿐이다.

‘까불다 훅간다’더니 정말로 ‘훅’간 보수정권 이후에 들어선 새 정권은 누구나 공인하듯 진보정권이다. 이분법적 표현으로는 좌파정권으로 직전의 정권과는 가치관이 확연하게 다르다. 지난 정권에서 금기시돼 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다시 5·18공식 애도가로 등장했고 국정역사교과서도 폐기됐다. 세월호와 정윤회 문건도 재수사 운운하고 있다. 공수처가 신설될 모양이고 앞으로는 국가보안법도 재론될 소지를 안고 있다. 어쩌면 이같은 일련의 과거정권 흔적 지우기는 새 정권의 통치이념과 가치관과도 일맥상통해 새로운 트렌드인 ‘협치’와 ‘통합’, 그리고 ‘소통’보다는 우선하는 가치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가치는 있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국민에게 돌아갈 지분을 해쳐 먹고 이 땅에 많은 적폐를 끼쳐 고른 성장과 분배를 막고 편가르고, 빈부를 심화시키고 국가발전을 저해한 세력은 심판받아야 한다.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다수결의 원칙이 바로 그 분명한 가치이고 심판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다수결의 원칙도 강제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양심의 자유이다. 하물며 자유와 평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적폐청산은 당연하지만 죽은 권력을 다시 한번 죽이는 한풀이는 안되는 이유는 양심의 자유를 강제할 권한이 그 누구에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정말로 오랜 세월 정치에 시달려 왔다. 권력에 짓눌려 왔고 부정과 부패에 멍들었다. 과거 어느 정권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모든 국민이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정치를 믿지 않는 깊은 정치불신을 심어온 것이다. 문재인정권이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과제가 바로 정치신뢰인 것은 우리의 과거가 정치불신으로 점철돼 왔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전후해 출간된 하퍼 리 작가의 ‘앵무새 죽이기’ 소설은 오늘날에도 베스트셀러로 널리 읽히고 있다. ‘어치새는 얼마든지 총으로 쏘아 죽여도 좋지만 앵무새는 절대로 죽여선 안된다. 앵무새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줄 뿐 해는 끼치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관은 변해야 한다. 길가에 유기된 보잘것없은 생명체도 거두는 세상이다. 그래서 어치새도 함부로 죽여선 안된다. 하물며 사람에 있어 그 가치와 존엄은 무한하다. 다르다고 해서 적으로 삼는 사고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오늘날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절대 선이 없는, 그래서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절실한 시대적 상황에서 공존보다 더 큰 절대가치가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치새도 죽이지 않고 함께하며 존중하는 세상이 돼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정권이 그런 사회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 그리하여 태양에 바랜 역사가 월광에 물들어 신화가 되길 꿈꾸는 것이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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