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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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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23: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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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397)

“그 자리에서부터 그럼 오빠네 어른들과 우리 외갓집 어른들은 뜻을 같이하고 만나셨겠어요?”

“그렇지. 뒤에 보면 성함도 일부 나올 걸”

“아, 여기 있네요. 위원 강상호, 신현수, 천석구, 장지필, 이학찬. 간사에 하석금, 박호득, 이사 하윤조, 이봉기, 이두지, 하경숙, 최명오, 유소만, 유억만, 재무 정찬조, 서기 장지문.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요 애정은 인류의 본량이다. 연함으로 아등은 계급을 타파하여 모욕적 칭호를 폐지하야 우리도 참사람이 되기를 기함이 본사의 주지이다. 이런 기본적이고 단순한 말을 하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을 것을 생각하면 참 이해가 안돼요.”

“그렇지? 동지가 반이면 적군도 반인 게 인간 사회라. 이 부분을 보면 동생 같은 사람은 곧 이해하고도 남을 끼고만.”

양지 앞에 놓인 자료집을 끌어당겨 자기 앞으로 놓은 오빠는 몇 장을 넘겨짚어 보였다. 양지는 또박또박 입소리를 냈다.

“형평사에 관계하는 자는 백정과 동일한 대우를 할 것. 쇠고기를 절대 사먹지 않을 것을 동맹할 것. 진주청년회에 형평사와 관계 맺지 못하게 할 것. 노동단체에 형평사와 관계 맺지 못하게 할 것. 형평사를 배척하게 할 것. 1923년 5월 형평운동 반대활동을 벌인 진주 사람들의 결의사항. 이런 걸 보면 역시 우리나라는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외세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냥 이대로 살지. 우리 사는데 아무 문제도 없는데 와 이런 분란을 일으켜서 집안 망신시키고 사회질서를 혼란하게 들끓이는데 우리 가문의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니 가문의 수치다 수치. 새 백정이 뭐꼬 새 백정이! 저 그런 말이 나왔던 것도 알아요.”

“역시 동생답네. 편협한 보수주의자들인 수구세력의 입장에서는 수 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백정차별의 관습이 무너지니 얼마나 두렵고 싫었겠어. 새 백정 소리를 듣는 지도자의 집에는 돌을 던지고 지금의 진주고등학교 자리에 소를 끌어다 놓고 새 백정 나와서 소 잡아라, 외쳐대며 협박도 했어. 참 기막힌 현상이 또 하나 있었는데 기독교 신도들조차 백정들과 함께 예배를 볼 수 없다며 교회를 박차고 나갔어. 사회인심이 그렇게 흉흉하고 맞아죽은 형평사원도 나오니 진주의 여러 사회단체들은 이 충돌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문제의 발단을 파악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지. 백정 해방에만 머무르지 말고 사회전체를 개혁하는데 협력하자는 시국강연연사의 주제발표도 참조하면서 형평사의 혁신회의 출발은 전체 사회흐름의 한 가운데로 들어갔지. 따지고 보면 신분차별 혁파와 경제성장 이 모든 것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요건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람과 사람간의 화합을 위해서 쓰일 때에만 진정한 효력을 나타내는 거라. 그런데 또 요즘 세상을 보면 너무 경제관념에 치우친 나머지 빈부로 인한 새로운 신분의 격차가 생겨서 인격추락을 자행하는 지경이라 속이 안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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