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398)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398)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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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398)



“오빠, 내 곁에 오빠 같은 분이 계시는 게 너무 든든해요. 에나, 진짜로 감사합니다.”

상기된 양지는 그윽한 눈빛으로 장현동을 바라보며 진정한 동생이 된 어리광 투로 말했다.

“선각자들이 뿌린 형평운동의 씨앗은 우리나라 인권운동의 금자탑으로 기록된 역사적 사건으로 발전해 갔는데, 형평사는 1935년 대동사로 이름을 바꿀 때까지 12년 동안 가장 오랫동안 활동한 사회운동 단체라는 기록도 갖게 됐지만 지금은 그 운동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물게 기록으로만 묻혀있어 안타까운 기라. 진주 정신의 가장 기본을 일깨우고 제대로 활용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 다른 사회운동과의 협력과 또 그 단체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은 형평사의 활동이 단순히 백정 사회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 정신의 불씨를 유익하게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게 내 목적이라.”

“그 운동이 무엇 때문에 사라졌나를 분석해보는 것도 재 점화시키는 데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지? 살펴보면 1920년대 후반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공황 탓으로 형평사원들이 겪는 경제적 곤란은 이만저만 안 컸어. 게다가 세계 정복의 야욕을 갖고 있던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켰는데 태평양 전쟁으로 치달았지. 심지어 징용과 정신대 같이 한국민들을 강제로 전쟁터로 끌고 가는 제반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복잡한 양상이 됐지.”

“도대체 백정은 언제부터 생겼어요?”

“형평사의 공식적인 주장은 고려 충신 72인의 후손이라. 이성계가 고려를 뒤엎고 조선왕조를 세웠을 때 협력을 거부한 고려 충신 72명이 고려 수도 송악 근처의 송악산 두문동으로 숨어 들어가 산속에 살면서 동물을 잡아먹고 버들가지를 이용하여 생활가구를 만들어 썼던 거라. 조선왕조는 그들을 끊임없이 회유하여 하산을 재촉했지만 끝내 응하지 않자 그들을 산속에서 끌어내기 위해 산불을 놓았다고 해. 할 수 없이 산채에서 도망 나온 사람들은 전국으로 흩어지게 되었고 산속에서 배운 대로 가축을 잡거나 고리버들로 가구를 만들어 팔면서 살아가게 되었단다. 그 후손들이 백정이라는 건데 끝까지 조선왕조에 저항한 탓으로 핍박을 당하고 차별을 받았다는 점을 깊이 새겨 볼 필요가 있지. 내가 얼마 전에 만난 집안 어른 한 분은 그래서 더욱 우리 집안 어른들의 교육열은 높았다고 했어.”

“저도 오빠의 형제자매들이 유학생파나 고학력자들이라고 들었어요.”

뒤에 양지가 읽어본 자료집의 내용에는 이런 부분도 있었다.

- 단군의 신하 가운데 하나가 짐승 잡는 일만 전담하였는데 그 후손이 백정이라는 설이다. 또 신라왕조가 무너질 때 노예로 전락한 귀족 가운데 일부는 가축을 잡고 고리 제품을 만드는 일로 생계를 잇게 되었는데 그 후손이 백정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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