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45>하동 갈사만 대도섬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45>하동 갈사만 대도섬
  • 경남일보
  • 승인 2017.05.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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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발로 낙지를 잡고 있는 부부.

 

◇개발을 안아 키우는 생태마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은 후손들로부터 빌린 것이다. 빌린 본전(자연)을 까먹지 말고 그 이자만 가지고 살다가 그 본전만큼은 고스란히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말한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생명사상이 담긴 ‘본전론’이 새삼 떠오른다. 우리는 지금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거나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개발과 생태 보존,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키울 수는 없을까. 자연 파괴와 보존의 갈림길에서 생태와 웰빙휴양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생태마을인 대도섬을 찾았다. 개발과 생태가 공존하는 대도섬에서 주민들이 누리는 행복한 삶의 비법을 익히기 위해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체험론적 시창작과 힐링’ 강좌 수강생들과 함께 힐링여행을 떠났다.

남해대교 밑 신노량항에서 정기도선을 타고 15분 정도 가면 대도섬에 도착한다. 대도섬의 파수꾼처럼 서 있는 빨간풍차가 보이고 섬 언덕배기에 대도파라다이스라고 쓴 하얀 글씨는 동화 속 풍경처럼 환상적인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대도마을에서 내린 탐방객들은 미역을 말리는 섬 주민들의 집 사이로 난 골목길을 지나 마을 중앙 언덕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팔각정자 쪽으로 향했다. 이순신 장군께서 임진왜란 중에 잠깐 쉬면서 작전을 구상하셨다는 곳인데, 대도마을과 앞바다를 지키기 위해 우뚝 서 있는 장군의 동상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장군께서 왜군의 흉탄을 맞고 돌아가신 노량의 관음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다른 곳에 조성된 장군의 동상보다 훨씬 더 위엄있게 두 눈을 부릅뜬 채 서 계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 조금 남서쪽으로 내려가니 노량초등학교 대도분교 터가 나왔다. 1947년 개교, 2008년에 폐교돼 지금은 펜션으로 개조해서 쓰고 있다. 운동장을 건너면 바로 바다다. 학생들은 사라지고 날갯짓으로 하늘에다 그림을 그리는 갈매기들 노랫가락에 맞추어 작은 어선에서 통발로 낙지를 잡는 어부 부부가 정겹게 보였다. 그림 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박석을 깔아놓은 트레킹길을 걸어서 범선전망대로 걸어갔다. 길섶에는 꽃양비귀, 씀바귀, 큰괭이밥풀꽃, 막 피기 시작하는 아카시아꽃들이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향긋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길모퉁이를 돌자, 갈사만에 거대하게 자리잡은 하동화력발전소가 불쑥 나타났다. 여천화학공단과 함께 대도섬의 서북 방향에 개발의 아이콘처럼 우뚝 서 있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섬의 남동쪽,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이 섬을 지켜주고 있는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 섬 전체 박석으로 깔아놓은 탐방로.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대도섬


2005년 갈사만에 하동화력발전소와 조선산단 개발로 인해 어업자원이 줄어들어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은 새로운 소득원 개발을 위해 어업권 상실에 대한 보상금 150억원을 대도섬에 재투자했다고 한다. 도서특화마을로 선정되어 520억 원의 사업비(공공 370억 원, 민간 150억 원)를 투자해서 트레킹길 조성을 비롯한 휴양시설 설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개발로 파괴된 자연환경을 되살리고 그 개발 보상금을 섬에 재투자해서 말 그대로 대도섬을 웰빙휴양관광지인 파라다이스로 만들고자 하는 꿈이 지금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섬의 서북쪽 끝에 범선으로 만들어놓은 전망대에는 동화 ‘보물섬’에 나오는 후크 선장이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서운 표정이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와서 대도마을 중앙 언덕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니 자그마한 동산 하나가 나타났다. 꽃잔디라고도 불리는 지면패랭이꽃이 동산 전체를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여 놓고 있었다. 섬의 남동쪽은 북서쪽에서 바라본 풍경과는 너무나 달랐다. 걸음걸음 밝혀주는 꽃들이, 저 멀리 푸른 바다와 다소곳한 섬들이 기다리는 천국으로 가는 꽃길을 장식해 놓은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었다. 그 꽃길 언덕배기에 한창 조성 중인 ‘명상의 언덕’을 만났다. 상형문자를 새겨놓은 조형물이 매우 특이했다. 명상을 위한 언덕이라고 조성한 듯한데, 조형물에 새겨놓은 문자들이 탐방객들에게 삶의 화두를 던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탐방객들에게 던지는 그 화두는 무엇일까. 삶이란 섬 하나를 짓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화두 하나를 안고 돌아섰다. 명상의 언덕과 꽃길을 걸어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워터파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담한 규모이지만 여름 한철 가족들과 함께 와서 레저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박석을 깔아놓은 트레킹길이 끝나는 지점에 도선 위에서 본 빨간풍차 식당이 있었다. 해물 밑반찬과 함께 나온 풍차정식은 푸짐하면서도 정갈했다. 정말 꿀맛이었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식당 대표와 종업원들의 모습이 대도섬의 이미지와 무척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식사 뒤 농섬으로 이어진 다리를 지나 1.5㎞ 정도 되는 나무데크길을 걸었다. 해안을 따라 설치해 놓은 데크길은 길이도 길었지만 데크길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다리 아래쪽엔 몇몇 가족들이 장화를 신고 호미와 소쿠리를 갖추어서 바지락과 돌굴 등을 채취하는 어촌체험활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바닷물이 만조인 사리 때라 체험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물때를 맞춰서 오면 가족단위로 체험활동을 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낚시터는 365일 이용할 수 있어 낚시 마니아들이 즐겨 찾고 있다고 한다.

대도섬 트레킹길은 박석으로 깔아놓은 꽃길과 나무데크로 만든 해안길로 조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섬 풍경과 함께, 이웃한 여수의 여천화학공업단지와 하동발전소가 공존하는 모순을 안고 있으면서도 파라다이스를 꿈꾸고 있는 섬이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대도마을 주민들의 모습 또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처럼 빛났다. 대도섬은 본전 이상의 그 이자까지도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남겨주는 생태휴양마을이 되길 기원해 본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명상의 언덕에 세워놓은 조형물.
어촌마을 체험활동을 하는 모습.
집 마당에 미역을 말리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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