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부부의 날
[경일시론]부부의 날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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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교수)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부부의 날을 21일로 정한 것은 부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날이라는 의미이다. 그동안 매스컴을 통한 많은 홍보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현재 부부의 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또한 설령 부부의 날을 알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남편들은 그런 날이 왜 필요한지, 그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 역시 소수에 불과한 것 같다.

가족의 중심축은 부부이다. 부부가 함께 서로를 이해하며 가족을 행복하게 운영해 나간다면 그런 부모 속에서 자라나는 자녀들은 행복하다. 반면에 부부가 계속 다툼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과 앙금이 깊어지는 생활을 가진다면 그런 부모 하에 자라나는 자녀들은 불행하다. 결국 부부가 느끼는 행복 여하에 따라 자녀들, 그리고 가족 전체의 행복이 좌우되는 것이니 부부의 날에 대한 의미는 실로 중요하다 하겠다.

엊그제 부부의 날을 맞이하여 56년을 해로한 잉꼬부부(남편 80세, 아내 81세)의 사진이 실렸다. 그들은 특별히 세계 최고령 간이식 노부부라는 명칭을 가졌다. 지금부터 5년 전에 76세인 아내가 75세인 남편을 위해 자신의 간을 70% 떼어내어 살렸다는 것이다. 고령에 간이식 수술은 무리라고 모든 자식들이 말렸지만, 아내는 남편 없이 살아가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하면서. 다행히 수술이 성공해서 살면 함께 살고 죽으면 함께 죽겠다고 수술을 요청했다 한다. 의사들도 처음에는 매우 회의적이었으나, 검사를 해보니 아내의 신체조건이 매우 양호하여 결국 수술을 하게 됐고, 그 결과 현재까지 부부가 함께 행복해하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기사였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면서 몹시 감동을 받았다. 정말 부부라는 것은 이 사람들처럼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삶을 끝까지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부부사이가 무너져서 불행하게 된 최근의 세태가 떠올랐다. 의사인 남편이 아내가 미워서 주사를 놓아 독살했다는 기사나 아내와 남편들이 보험금을 노리고 각자 상대방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였다는 기사들, 부부사이에 있을 수 없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사건들이 신문지상을 오르내리고 있다. 오죽하면 얼마 전 여대생들의 화제에서 배우자 선택에 있어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 않는 좋은 남편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한 고민까지 있을 정도였다.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된다는 것은 이때까지 각자가 살아온 30년 이상 삶의 습관을 버리고 새롭게 탈바꿈해서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일이다. 누에 애벌레가 고치를 벗고 나비로 날아오르듯이, 남편과 아내 또한 자신의 익숙한 삶의 양식을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쿠버와 해로프라는 학자들이 부부가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유형을 조사했더니 5가지 유형으로 나왔다고 한다. 첫째는 갈등이 습관화된 유형, 둘째는 생기를 잃은 유형, 셋째는 소극적인 유형, 넷째는 생기 있는 유형, 다섯째는 통합적 유형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에서 생기 있는 유형이나 통합적 유형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우리 부부는 이 중에서 어떤 유형일까. 힘들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한 번씩 부부의 날이 되면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부부의 화합을 도모하라고 만든 날이 부부의 날 아닐까. 모든 남편과 아내들이여, 부부의 날을 즈음해 그동안 부부생활을 한번 되돌아보고 사랑이 넘치는 멋진 부부의 생활로 갱신하는 날이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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