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반성교육
[교단에서]반성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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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학교에서는 학생이 학칙을 어기면 징계를 받는다. 그러나 일정기간이 지나고 봉사활동 등으로 개전(改悛)이 증명되면 그 징계기록을 없애는 ‘징계기록 말소제’란 제도가 있다. 이는 미성년인 학생이 순간적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부여하려는 선도 방법이다. 사람은 신이 아니니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꾼다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공자께서도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過則勿憚改)’ 하셨고, 증자(曾子)도 하루에 세 번 반성한다(一日三省)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얼버무리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진정한 반성이나 사과가 상대방에게 신뢰받는 첫걸음임을 모르는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 이 도로가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68년 이 도로를 착공할 때 ‘국가재정 파탄’이나 ‘귀족들 유람로’가 될 것이란 이유로 DJ나 YS는 물론 언론까지 극렬 반대했지만, 그 뒤에 누구도 ‘자신들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반성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가 하면 2003년 도롱뇽을 원고로 재판했던 천성산 터널공사. 대법원 판결 이후 터널이 완공된 후의 천성산 생태계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하는데, 공사 지연으로 수백억 원과 사회적 비용으로 수천억 원의 손실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공사에 반대해 세 차례 단식까지 했던 지율 스님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10여년 전, 한·미 FTA 일환인 ‘스크린 쿼터 폐지(축소)’ 때는 얼마나 많은 배우들이 ‘한국영화의 몰락’과 ‘문화주권’을 외치며 반대했었던가. 그러나 지금의 한국영화는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는데, 그 배경엔 스크린 쿼터제 폐지에 힘입은바 컸을 것인데, 그후 어떤 배우도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고백한 경우를 못 봤고, 근자에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의 죄가 탄핵감인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가장 큰 잘못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를 꾸며내고, 훗날 사과하라니 사과 한 박스를 보낸 사람은 사람임을 포기한 것 같고, 세월호의 잠수함 충돌설 주장자들은 다들 어디에 계시는가. 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더운 초여름 날씨만큼 마음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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