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湖南正脈)과 계란의 노른자
호남정맥(湖南正脈)과 계란의 노른자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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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식(전 진주시토지정보과장)
송영식
2011년 9월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를 현지 답사코자 이동 중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 ‘오솔레미오’를 열창했더니 관광버스 기사가 “You, 파바로티”하면서 힘찬 박수를 보냈다. 필자는 평소 자연과 산, 노래를 즐긴다. 산은 우리가 줄 것은 별로 없고 가져올 것만 있다. 그저 대자연속에서 느끼고 즐기다 오면 된다. 시기심도 경쟁자도 없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속에 늘 겸손해지고 숙연해진다. 그러므로 현자(賢者)는 갈등과 번뇌가 없는 산과 자연과 낭만을 즐긴다.

‘계절의 여왕 오월의 신록이 절정을 이룬 이 멋진 계절에 그대여 맛나는 먹거리 한 배낭 짊어지고 얼씨구절씨구 미워도 한세상 좋아도 한세상 우리 모두 손에 손잡고 산으로 가자구나. 그대는 죽어서 극락과 천당을 바라는가. 지금 이 순간 이곳이 바로 천당이고 극락인 것을 왜 모르는가. 우리 모두 한세상 즐겁게 살자구요. 자연의 신비함과 오묘함, 천년 비바람에 뼈만 앙상 남았어도 역사는 내가 아느니라 교만스레 누웠도다’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약 20년 전 어느 겨울에 비경마운틴 정모대장과 약 40명이 진주에서 출발해 전라북도 Y지점에서 민주지산까지 호남정맥을 종주하고 있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흰눈이 펑펑 내려 앞을 볼 수가 없었고, 약 20㎠ 쌓인 눈은 진행을 어렵게 했다. 그렇게 약 5시간 호남정맥 능선을 지나가고 있을 때 눈앞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주위는 온통 광활한 백설(白雪)천국이다. 그런데 흰눈 속 약 2평 크기로 볼록한 곳에 아지랑이(수증기)가 피어오르고 눈이 내리는 대로 녹아지고 없어진다. 그곳은 춥지도 손이 시리지도 않고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신비한 자연적 현상이다.

순간 아하, 이곳이 내가 그렇게 애타게 찾던 바로 계란의 노른자(穴)자리,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곳은 좌청룡(左靑龍),우백호(右白虎),장풍득수(長風得水)도 없었다. 오로지 호남정맥 능선에 작은면적 2평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무슨 거창한 풍수이론과 책이 존재하는가. 대자연은 우리에게 책과 이론에 없는 혈(穴)자리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자연의 신비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를 낮추는 하심(下心)을 다짐하며 하산했다. 마을에 도착하자 개울가엔 봄의 전령사 버들강아지가 움이 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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