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새 정부에 바라는 중소기업정책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경일포럼] 새 정부에 바라는 중소기업정책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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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다룬 이래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3차례의 산업혁명은 ‘규모의 경제’에 의한 생산성 혁명을 이룩해 인류의 물질문명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O2O(online to offline) 방식으로 융합돼 경제·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와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를 50여년 만에 314배인 2만8533달러로 성장시킨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요인은 자본집적을 통한 수출주도형 산업전략에 따른 대기업 위주 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그 결과 0.1%의 대기업이 GDP의 51.7%를 차지하게 되는 왜곡된 산업구조를 가지게 됐다.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에는 대기업이 언제나 중심에 위치한 반면, 전체 사업체의 99.9%가 되며 88%의 종업원을 가진 중소기업은 변방에서 조역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동인이 됐으나 소품종 다량생산을 기조로 하는 시대에는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산업구조 개편과 정책지원은 불가피한 사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이 어느 특정한 산업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융·복합적이면서도 초산업적인 기업들이 주도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산업정책도 산업중심에서 기업중심으로 변화시켜 벤처 창업기업들이 변혁적인 혁신, 융·복합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국가경제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의 산업정책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경제는 지금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 빠져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GDP 1% 성장할 때 일자리가 12만개 정도 생겨났으나, 2010년 이후에는 그 절반 수준인 6만개 정도에 그치고 있어 실업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대기업의 자동화 등 자본집약적 전략에 의한 일자리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2000년대 들어 대기업은 15만 명의 일자리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고용은 535만 명 증가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즉 2005년에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의 기업에서는 109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반면, 창업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에서의 일자리는 357만개가 창출됐다. 따라서 고용 없는 성장과 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른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실업문제 해결방안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미래 성장가능성이 큰 신기술 벤처창업이 지속적으로 태어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과 함께 벤처 창업기업을 중소·중견기업으로 육성,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고기술의 벤처창업과 중소기업 관련정책을 전문성과 다양성을 중심으로 체계화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물론 신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 신설’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벤처창업부터 중소·중견기업 창업 육성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지원체계와 지역별·기업별·부처별 지원사업을 조정하고 융합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강화할 때 국가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의 설자리는 더욱 공고히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헌법 제123조에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라는 헌법정신에 맞게 경제·산업정책을 펼쳐 국가의 균형적이고도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해 나가야 한다.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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