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정승재(객원논설위원)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정승재(객원논설위원)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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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인들끼리 죽고 못사는 정도의 사랑을 나누다가 헤어지는 경우나 수십년 동안 희로애락을 겪으며 황혼까지 일구며 살다가 이혼하는 실제를 가끔씩 본다. 이별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과오로 갈리기보다는 양자, 쌍방 모두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상대를 ‘못된 사람’으로 만들어 면피하는 경향이 많다.

▶수년 전에 세정(稅政)의 수장인 국세청장이 인사청탁과 관련하여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4년을 언도받은 재판이 있었다. 피의자는 돈을 주었다는 부하직원의 진술을 끝까지 부인하면서 그를 나쁜 사람으로 치부한 사건인데, 재판장은 3000쪽에 달하는 기록을 토대로 금품수수 정황을 인정하고 중형을 내렸다.

▶재판장은 이례적으로 학술용어라 할 만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이론을 들어 혐의를 설명하고 선고하였다. 특정 사안과 의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실상과 자신에게 불리한 형국이 충돌할 때는 ‘거짓’을 믿거나 조장한다는 심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학설이 그것이다.

▶새 대통령을 지지하고 뽑은 사람은 그의 좋은 면과 입장만을 눈과 귀에 담는다. 다른 후보를 찍은 사람은 그 반대일 것이다. 곧이 믿지 않고 비난까지 하게 된다. 너무나 사실적인 인지부조화의 단면이다. 이러한 지나친 심리현상은 개인에게도 참혹한 스트레스를 안긴다. 병리(病理)라 할 만하다. 사회와 나라발전에도 결코 득이 못 된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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