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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멈출 수 없는 정치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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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4  20: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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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시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그가 국제정치의 ‘문법’에서 자주 일탈하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현실이라는 게 항상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 운영의 틀은 그런대로 앞서 나가는 나라의 흉내를 내고 있지만, 그것을 채우는 내용물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자성은 진지함을 결하고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길은 험난하다. 규범을 상실한 정치, 화려하지만 그늘이 많은 경제, 불신과 반목으로 위험수위에 도달한 사회와 문화,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의 일방주의적 힘겨루기, 사드배치 문제와 중국과 관계회복 문제, 그리고 북한 핵실험 문제 등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해 새 대통령은 어떻게든 질서 개념을 주어야 한다.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으로 상대후보의 집요한 추궁을 피했지만, 국정책임자가 된 상황에서는 현실에 대한 나름의 판단이 국가생존과 국가이익 추출로 연결돼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은 이제 정치적 우위 활용카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불확실성에 질서개념 제시해야

힘의 정치가 국제정치를 좌우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대외 의존적인 우리의 국력이 변방에 머물고 자주 자립의 여건이 취약한 현실에서 새 정부가 간과해서 안 되는 것 하나는 한미동맹이 약해지고 이완될 때마다 일본은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겼고, 중국이 북한을 옛 변방의 고토였던 고구려의 일부라고 주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론의 여지와 함께 관점의 문제이긴 하지만 대외적으로 정치·경제·군사적 가용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무엇이 진정한 자립인가를 두고 일부에서 ‘지금의 시점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자립시도는 역설적으로 진정한 자립을 해치는 것이고, 미국 영향력에서 자주를 부르짖는 것은 한국을 덜 자주적인 나라로 전락하게 만드는 길이다’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러한 주장은 국가생존은 현실문제이고, 그 현실을 우리의 의지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용자원의 한계성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이 가치와 이념에 기반한 동맹이었다면 이제는 이익에 기반한 실용적 동맹으로 변환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패러다임을 국가안전과 번영의 초석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소모지향성이 높은 정치에 대한 정치적 자성이 필요하다. 특정 이슈를 정치적 잣대로만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다수 국민으로부터의 지지 획득을 위해 이른바 한 건 보여주기 정치도 자리잡고 있다. 민주주의는 과정에서 합의를 해 나아가며 지키고 다듬고 노력해야만 하는 가치이다. 민주주의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구성해 그것이 건강하게 유지, 보수돼야 민주주의가 잘 작동된다.



소모적 국가운영 비용 절감해야

정치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장기적인 민주주의적 국가운영의 토양을 견실하게 하는 일이다. 이것은 국가운영의 합리성과 함께 소모적인 국가운영 비용을 절감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사회가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차원으로 달려가고 있는 한국사회는 이러한 민주주의 토양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적인 삶의 공간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아내어 그것을 지켜나갈 수 있는 사회적 터전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만 풀려고 하는 한 또 다른 세월호가 한국사회를 침몰시키게 될 것이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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