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또다시 드러난 재난경보체계의 민낯
이정준 (진주교대 학보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 또다시 드러난 재난경보체계의 민낯
이정준 (진주교대 학보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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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지진의 피해는 긴급재난문자의 늑장 발송으로 더 가중됐다. 사태를 지켜본 국민의 많은 질책이 이어지자 국민안전처(이하 안전처)는 국가 재난안전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재난경보체계의 실상은 얼마가지 않아 그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 6일 강원 동해안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단 한 명도 긴급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 큰 재난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도 국민 안전을 위한 ‘경보음’은 이번에도 울리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강릉시나 강원도에서 재난문자를 요청하지 않았다며 현장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문자를 발송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대형 산불 기준(100㏊)에 속하지 않아 문자송출이 애매했다며 대신에 마을별로 대피방송을 하는 등 산불 소식을 충분히 알렸다고 밝혔다. 또한 지자체에서 이미 대피령을 발령했을 때 중복해서 재난문자를 보낼 경우 주민들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으며 현장에서는 재난문자보다 직접적인 마을 대피방송이 더 효과적이라며 안전처와 강원도는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산불 경보 ‘심각’ 단계가 처음 발령될 정도로 심각한 재난상황에서 기준을 따지고 있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한 지자체나 기상청,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기관에서도 긴급재난문자 송출 요청만 한다면 문자 송출이 가능하지만 어느 기관에서도 안전처에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국내 재난문자 시스템은 기지국 기반의 문자전송 기술을 활용한다. 읍면동까지 발송 대상지를 골라 해당 지역 기지국을 경유하는 모든 기능이 탑재된 휴대전화에 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 안전처, 산림청 중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러한 의식 부재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주민들과 관광객 수십만 명은 산불상황을 제대로 통보받지 못하고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안전처는 이미 경주 강진 때 두 차례나 홈페이지 먹통과 문자 지연 발송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소명이 있다. 이 역할이 수행될 것이 요구되지만 이를 망각한 채 피해만 가중시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정준 (진주교대 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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