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6> 전라도 봄나들이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6> 전라도 봄나들이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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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에는 유명한 관광지를 순환하는 버스인 ‘남도 한 바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하루 이용권으로 담양 곡성, 순천 보성 장흥, 나주 강진 해남 장흥, 무안 함평 영광, 목포 신안, 여수, 진도 등의 지역을 골라 알차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가 있다. 아직 이용해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상품을 많이 만들어준다면, 부담 없이 행복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봄나들이에 나선다. 이팝나무길을 달려 산청 함양 남원 순창 담양 장성을 지나 법성포로 간다. 법성포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지만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달리며 펼쳐지는 차창 밖의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정경에 한눈 파는 사이 첫 목적지 백제불교문화 최초 도래지에 다다랐다.

화강암으로 조성된 높이 23.7m의 사면대불, 간다라지역의 건축양식을 담아낸 간다라불교 유물관 내의 불전도 부조 및 불상 진품 유물을 관람하며 간다라 불교 문화예술의 특징적 요소를 느껴보고, 17만 평 넓은 들녘을 보리밭 하나로 일궈놓은 대농원인 보리나라 학원농장으로 간다. 수확하는 데만도 꼬박 1주일이 걸린다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보리밭을 만나볼 수 있는데, 보리를 거둬들이고 나면 다시 콩 한가지만을 파종해 가을 콩 타작마당도 볼 만하단다. 1960년대 초 이 같은 대형농장을 구상하여 영농과 조림사업을 계속해 왔다는 보리나라 학원농장은 보리밭 이외에도 5000여 평에 이르는 화훼용 유리온실과 묘목장, 각종 과수단지를 조성하여 국내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내고 있다.

봄이면 고창청보리밭축제가 열리기도 하는 보리나라 학원농장은 전 국무총리 진의종과 부인 이학 여사가 1960년대 초반 고창군의 야산 약 33만 579㎡를 개간하여 조성하였다는데, 1960년대는 뽕나무를 식재하여 잠업을 하였고, 1970년대에는 목초를 재배하여 한우 비육사업을 하였으며, 1980년대에 들어서는 보리 수박 땅콩 등을 재배하였다고 한다. 1992년 초 설립자의 장남인 진영호가 귀농하여 정착하면서 보리와 콩을 대량으로 재배하였고, 화훼 농업을 병행하면서 관광농업이 시작되었는데, 2000년대에 들어 관광객들이 크게 늘자 봄에는 보리, 가을에는 메밀을 번갈아 재배하며 아름다운 농장 풍경을 가꾸었다고 한다.

농장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넓디넓은 보리밭과 유채꽃 사이로는 관광객과 사진작가들로 붐벼, 행정력으로 질서 유지를 해야 할 정도에 이른 보리나라 학원농장을 둘러보면, 그 풍요로움에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지만 때를 그냥 넘길 수 없어 민물새우매운탕으로 소문난 인천장가든으로 간다. 새우탕이 담백하고 참 맛있지만 길 가운데 그려져 있는 참게와 주진천의 통발이 여러 개 보여 어릴 때 기억이 새롭다. 운곡호의 맑은 물에서 뛰놀던 민물새우에 온갖 정성을 다해 기른 각종 유기농 채소를 잘 손질하여 넣고, 장작불로 끓인 담백 깔끔한 민물새우매운탕의 절묘한 맛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신선한 느낌을 안고 정읍사 오솔길로 간다.

오는가 싶었던 봄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서 어떤 계절보다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녹음이 짙어가는 편안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선조들의 자취를 느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의 손을 잡고 편안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 행복이 소록소록 쌓여갈 것이다.

정읍사 오솔길은 내장산 호수변을 이용한 황톳길로 길 주변에는 조각공원과 내장생태공원을 연결하는 수변 데크를 설치하여 내장산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호수변을 거닐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잘 조성되어 있어 좋다. 이제 햇볕 쨍쨍한 날 오후, 차 한 잔의 여유를 찾으려고 담양으로 간다. 어릴 적 고등학생인 나에게 검은 진주 빛깔의 커피를 끓여주셨던 선생님께서 “고독을 견디려고 커피를 마신다”라고 하신 말씀을 떠올리며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땀을 식히고 내친김에 용마루길도 걸어본다.

 
 


담양은 늘 푸른 대나무처럼 사계절 여행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보니,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여 걷기 여행은 인기가 조금 밀리지만, 에메랄드빛 담양호 수변을 따라 걷는 용마루길과 금성산성의 감동적인 풍광에 매료되는 길을 이어 걸으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산강 본류 최북단에 있는 호수인 담양호는 영산강의 시원지인 용추산 용소에서 본 에메랄드빛 맑은 물이 계곡을 타고 내려와 호수로 모여들므로, 담양호 수변을 따라 나무데크와 흙길을 걷을 수 있는 3.9km 산책로 용마루길은 우리들에게 숲속 길을 걷는 상쾌함을 주는 것이 참 좋다. 용마루길에서는 연리지와 나무로 지은 쉼터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시원한 물 한 병 들고 출발하면 쉼터에 앉아 목을 축이며 여유를 부릴 수 있고, 벤치에 앉아 담양호를 감상하노라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풍경이 여유롭게 다가온다.

이제 유럽의 낭만과 열정이 살아 숨 쉬고, 프랑스의 태양과 빛의 도시를 옮긴 아름다운 마을 메타프로방스로 간다.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 전문점 등 푸드타운을 비롯하여 의류 멀티샵 디자인소품 잡화 등을 판매할 패션거리와 디자인공방 체험관 등 상업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메타프로방스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타운 내에는 예술인촌인 프로방스를 비롯하여, 내방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게 될 관광호텔 콘도미니엄 펜션 컨벤션센터 웨딩스튜디오 향토특산물 판매장 등 편의시설이 대거 들어서 동화 속 세상을 연상케 하는 파스텔 톤의 작은 마을로 거듭나 참 아름다워 앞으로 많이 찾을 것 같다.

 
 


아직도 해가 많이 남아있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다. 오늘 하루도 정리해야할 때가 온 것 같아 장수밥상을 찾았는데, 장수밥상은 장수군의 고유 지명인 장수와 건강한 삶을 뜻하는 장수라는 복합의미를 담아 오래 장수할 수 있는 밥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농가식당인데, 한우를 넣은 장수한우불고기시래기 산채나물 장아찌 등으로 이루어진 한상 차림인 마나님 밥상이 기본메뉴이며, 화려한 재료보다는 직접 농사 지은 농산물로 순수성과 시골 어머니의 정성을 느껴질 수 있어 참 좋았다. 잊혀져가는 고향음식으로 봄나들이라도 한 바퀴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더 좋은 내일의 행복을 기원한다.

간다라불교 유물관
메타프로방스
민물새우 매운탕
사면대불
연리지
용추산 용소
운곡습지
장수밥상
장수한우불고기 시래기
정읍사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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