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뭄에 땅도, 농민 속도 탄다
봄가뭄에 땅도, 농민 속도 탄다
  • 이은수
  • 승인 2017.05.2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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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밭작물 수확철 창녕 들판 가봤더니
경남지방에 봄가뭄이 지속되면서 마늘과 과일 등 수확철을 앞둔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24일 오전 실태파악을 위해 창녕군 대합면의 한 들판을 찾았다.

이날 수확을 앞둔 마늘밭에는 마늘의 생육이 지난해 70%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가을 마늘 파종기에 많은 비가 내려 마늘을 심는 시기가 한달가량 늦어진데다 최근들어 봄가뭄이 지속된 여파가 컸다는 것이 농민들의 얘기다. 어제(23일)부터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으나 이날 오후까지 비가 내리지 않자 애가 탄 농민들은 마른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지역에만 오후부터 비가 간간이 내리기는 했지만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근 살구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예년 같으면 수확해야 할 시기가 다 됐지만 잎이 작고 열매가 많이 푸르러 수확이 일주일 이상 늦어지고 있다.

자두밭의 경우 더욱 가뭄살을 타서 과수 잎이 말라가고 있다. 생육이 부진하다보니 열매크기도 예년보다 대체적으로 작았다. 뿌리 근처 땅을 파봤더니 흙이 메말라서 적은 바람에도 흩날릴 것만 같았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가을에 수확하는 단감도 20%이상 소출이 줄 전망이다.

하지만 논농사 중심의 현행 지원 체계하에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농민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 가고 있다. 약 4만9500㎡(약 1만5000평) 밭에 자두농사를 짓는 김정근(45·창녕군 대합면)씨는 “봄가뭄이 장기화 돼 속수무책이다. 적기에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 수확량이 크게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농민 김유곤(58·창녕군 도천면)씨는 “쌀 위주의 논농사가 점차 줄고 있는 반면, 밭농사나 과일농사를 짓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는 만큼 농업용수 공급정책도 시대상황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최근 경남을 방문한 것도 심각한 봄 가뭄과 무관치 않다.

한국농어촌공사 경남본부 관계자는 “봄 가뭄으로 인해 마늘 및 과수농가의 피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일선 기관을 중심으로 과수 등 물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남지역 저수율은 78.1%로 평년(82.2%)의 92.6% 수준으로 양호하다”며 “도내 저수지 651개소 중 용수부족이 우려되는 16개소에 총 106만㎥의 용수 확보를 목표로 했는데, 22일 기준 139만㎥에 달해 모내기철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월부터 지난 20일까지 봄 강수량은 92.1㎜로, 평년의 48%에 불과해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4번째로 적은 기록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봄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24일 오전 농민들이 마늘 작황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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