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바람
쉬이 잠들지 않는다
저 나무 꼭대기에 바람의 집이 있다
떠날 때 일어설 때 필요한
-장옥근(시인)
바람이 분다. 당신이 떠나고 당신이 일어설 때, 배후의 감정은 맹목적이고 집요하다. 쉿! 저 나무는 ‘바람의 집결지’인 셈이며 흔들리고 있는 걸 보아 살아있음이 분명하다. 봄이 여름을 몰아 가을에 이르고 겨울에 당도하듯, 때마다 안으로 끝없이 수액을 돌리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저 바람을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하면 어떨까. 지속적인 정열 말이다. 영상으로 포착하는 순간 한쪽 방향으로 집중하는 바람의 흔적에서 우리는 전심전력하는 열망의 깊이를 느끼는 것이다. 바람으로 인하여 공중은 절대 화석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테네 아고라 광장의 ‘바람의 집’에는 신격화된 바람이 부조되어 있다고 한다. 보레아스(북풍), 제피로스(서풍)등 각각 황량의 신, 온화의 신이다. 그러니 한곳에 안주하지 않는 열정의 이름이 우리에게도 부조(浮彫)되면 얼마나 좋을까./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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