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묘조장[拔苗助長]
박상재(진주 서진초등학교 교장)
발묘조장[拔苗助長]
박상재(진주 서진초등학교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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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송나라 어느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 논에 심은 벼의 모가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매일 논에 나가 자기 논의 모가 빨리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마침내 논의 모를 하나 하나 뽑아서 크기를 높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을 가족들 앞에서 자랑했다.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한달음에 논으로 달려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모가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 일에는 순리가 있는데 순리를 거역하고 억지로 일을 조급하게 처리해 결국 ‘큰일을 그르치게 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때로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도 아름다운 일인데 마음이 급한 나머지 억지로 싹을 키우다 농사를 망친 농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오늘날 선행학습교육의 폐단에 대한 교훈을 얻는다. 한국 속담에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빨리 서두르면 도리어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는 의미가 있다.

해마다 탄생하는 그 많은 영재는 어디로 갔는가. 0.2%의 인구로 노벨상을 30%나 수상하는 이스라엘 교육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직업을 얻기가 힘들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제 식민교육의 망령이 아직도 우리 뇌리에 박혀 있어 놀랐다.

맹자는 다섯 가지 교육방법을 설명하며 첫째로 시우(時雨)를 꼽는데 제때 내리는 비가 초목을 잘 자라게 한다는 줄탁동시의 의미고, 둘째가 성덕(成德)이다. 교육은 덕을 이루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가 달재(達才)이다. 스승은 제자의 재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앞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는 헬렌켈러를 길러낸 설리반 같은 스승을 말한다. 넷째로 답문(答問)이다. 제대로 답하려면 ‘스승도 공부해야 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며 마지막으로 사숙(私淑)이다. 혼자서도 덕을 잘 닦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조급함에서 벗어나자.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보면 국민의 박수 속에 퇴장하는 행복한 대통령이 있었는가. 내 임기 중에 무언가 이루려는 조급함 때문에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지금도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나라 현실을 보며 존중과 배려의 인문학 정신이 없어지는 게 한없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고 성공한 리더가 어디 있는가.

 

박상재(진주 서진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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