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평생 잊지못할 선물 '생선 2마리'
민정식(산청부군수)
[특별기고] 평생 잊지못할 선물 '생선 2마리'
민정식(산청부군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5.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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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식(부군수)



3년 전, 남해에 거주하는 어떤 할머니로부터 신문지로 겹겹이 쌓인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선물 받았다. 마른 생선 두 마리였다. 할머니와의 첫 전화통화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당시 할머니 연세는 55세 아주머니였다. 사연인즉, 97년도 경남도청 감사부서에 근무할 당시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아주머니는 당시 뇌졸중 환자로서 외아들이 군입대 영장이 나왔다며, 아들이 군대 가면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큰일이라며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외아들은 일반인과 달리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며 읍면과 군청에 문의해도 사정은 딱하나 군입대 영장이 나와 어쩔 수 없다는 대답 뿐이라 고민 끝에 도청에 전화하게 됐다며 하소연했다.

당일 저녁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누웠는데 울먹이는 아주머니의 목소리만 귀에 맴돌았다. 그래서 뒷날 창원소재 병무청으로 달려가 병무 담당자를 만나 아주머니의 딱한 사정 이야기를 설명했더니 한번 만나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드렸다. 그 아주머니와 통화 이후 17년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는데 2014년 12월초 경남도청 감사관실 근무하는 조현영씨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남해 거주 어떤 할머니께서 찾는다며 꼭 뵙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도청 민원실에서 처음 그 할머니를 만났다.

17년 만의 첫 만남, 할머니는 남해에서 버스를 3번 갈아타고 도청에 왔다며 당시 55세 아주머니였는데 이제 할머니(함춘화·현 75세)가 된 셈이다. 목소리도 예전과 비슷하며 17년 전 전화 통화내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찾은 이유인즉, 17년 전 당시 저의 작은 도움으로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고 고마운 마음을 죽기 전에 꼭 전하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그리곤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감사의 표시로 내밀었다. 열어 보았더니 마른 생선 2마리였다. 불편한 몸으로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이곳까지 전하러 오신 그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저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지난해 6월 이곳 고향 산청에 부군수로 부임한 이후에도 할머니와 유사한 생활이 어려운 분을 또 만나게 됐다. 지난해 연말 남루한 옷차림에 몸이 부자연스러운 70대 할아버지가 사무실에 찾아오셨는데, 본인은 뇌병변 장애인이고 딸도 장애인, 부인 등 3명이 누추한 집에 재산도 없이 매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며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담당공무원을 할아버지 댁에 방문케 해 애로사항 상담과 가정실태 등을 조사해 심의한 결과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정돼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는 모습을 볼 때 공직자의 보람을 느낀다.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마른 생선 2마리’의 생애 최고의 선물을 보내주신 할머니, 그 고마운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 아직도 냉장고에 생선 2마리를 보관하고 있다. 요즘 건강은 어떠하신지,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17년간이나 고이 간직한 그 고마운 선물,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겠습니다.”

 

민정식(산청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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