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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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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5  23: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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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05)

“크거나 작거나 넓거나 좁거나 또는 어둡거나 밝거나 따뜻하거나 차거나 고맙거나 밉거나 사랑스럽거나 또는 경하거나 중하거나를 자기 뜻대로 결정하고 살았습니까? 그 마음이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받아들이거나 휩쓸리거나 하는 순간 그의 인생 판도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게 사람살이 아닙니까.”

“스님, 지금 저는 광막한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듯 막막합니다. 갈 곳도 없지만 배 한 척도 보이지 않거든요. 이런 직접적인 말씀을 듣는 것도 생전 처음이고요. 계속해 주세요, 스님.”

양지는 스스로 다음 설법을 채근했다.

“흔히들 호리병 속의 새를 어떻게 꺼낼 것인지 그런 물음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우선 보살님의 주변을 돌아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선 눈에 보이는 대로 저 앞을 바라보세요. 저 너른 자연 속에 존재하는 물체들, 곁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인연이 있기 때문에 보이고 만나는 것입니다. 왜 길가다 옷깃 한 번 스치는 것도 몇 겁 인연에 의해서라고 하는데 하물며 내 형제나 이웃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내가 처해있는 위치가 궁금하면 자연을 바라보면 훨씬 이해가 빨라질 겁니다.“”

“평지의 옥토나 산기슭의 돌 틈도 있고 사시장철 물을 맞고 사는 폭포수 옆의 생물들도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마음대로 움직이고 스스로의 환경을 만들어 가면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축복 받은 생명입니까. 그렇지만 사람들은 좀체 그런 생각을 안 하지요. 나무는 나무라서 물은 물이라서 사람은 사람이라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 될 뿐인데 우리 사람들은 네 탓 내 탓으로 상대방을 비방하고 원수가 되기도 하지요. 저 감나무가 저 같지 않다고 저 오동나무를 나무라면 오동나무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겠습니까? 간단하게 예를 들어 하나 말하지요. 우리 집 뒷산에는 고양이가 많이 사는데 그들 모두 건강하고 온전한데 어느 날 보니까 앞을 못 보는 놈이 하나 생겼어요. 평소에 보면 활발이 넘쳐서 광포할 정도였는데 이놈이 산 숲을 제 맘대로 휘젓고 다니다가 가시덤불에 눈을 찔렸던 것입니다. 가시는 가시대로 목화솜은 목화솜대로 잘 판단하고 인정하면서 그에 맞춘 대처를 해야 될 것을 모른 이놈이 제 눈을 제가 찌른 격이지요.“

승려의 모든 비유가 바로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아, 그렇구나 싶은 부분도 없지 않아 양지는 점점 대화의 켯속으로 끌려들었다.

“보살님을 구할 힘은 밖에 있지 않고 보살님 내면에서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심으로 인도하는 이리 정일한 음성을 언제 들어보았던가. 양지는 위무 받는 기분으로 홧홧해지는 얼굴을 가리느라 조금 고개를 숙였다.

“되도록 옳고 바르게 산다고 했지만 언제나 엇나갔던 건 인정합니다.”

그렇게 답을 하다 보니 가슴에 얹혀있던 무거운 쇳덩이가 짓지르는 듯 한 둔통과 함께 울컥 목젖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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