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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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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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박경리 동상, 그리고 북유럽 이야기(1)
 


필자는 최근 10박 12일간 북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 뒤 5월 24일자 중앙 일간지에서는 ‘러시아에 박경리 동상 건립’ 제하의 기사들이 나왔다. D일보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건립된다. 이번 동상 건립은 2013년부터 한러 대화문화 예술분과포럼의 양국 관계자들이 한러 우호 증진 차원에서 추진해온 것이다. 이 단체는 한국과 러시아 수교 20주년이었던 2010년 양국의 민간 산학협의체다. 한러대화는 러시아 작가동맹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국민시인인 푸시킨의 동상을 2013년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건립했다. 사무국은 러시아에 한국인 동상이 건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보도 내용에 보면 푸시킨 동상 제막때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했고, 앞으로 상트베테르부르그대학 구내에 박경리 동상이 제막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다는 예단을 하고 있다. 필자는 북유럽 여행 중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주마간산 다녀온 직후라 여기에 특별히 주목할 수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차르 표트르대제가 1703년 설립했는데 1713년 모스크바에서 천도하여 1918년까지 러시아제국의 수도였다. 이 도시의 인구는 약 5백만으로 러시아에서는 두 번째 도시이고 유럽에서는 네 번째로 인구가 많다. 이 도시에는 표트르대제의 여름궁전과 에르미타슈박물관이 있고 성바실리 성당, 성이사악성당이 있는가 하면 다수의 학술연구기관, 미술관, 박물관 등이 있어 러시아 학술 문화의 중심지이다. 이런 중심지에 있는 전통 있는 상트페트로부르크대학 구내에 박경리 소설가의 동상이 선다는 것은 한러 교류나 학문과 문화적 연대라는 차원에서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 2013년에 이미 그 일환으로 그해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러시아 국민시인인 푸시킨의 동상이 섰다는 것이 새삼 그 교류의 의미를 심장하게 짚어볼 수 있는 것이다. 푸시킨(1799~1837)은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러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히며 근대 러시아문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진다. 그는 1814년 데뷔하여 푸가초프 반란을 역사적으로 다룬 역사소설 ‘대위의 딸’을 썼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외무부의 한 관리직을 맡았고 하나의 정치시가 화근이 되어 1820년 5월 멀리 남러시아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1831년 푸시킨은 격렬한 구애로 나탈리아 니콜라에브나 곤자로바와 결혼했고 이어 황제의 시종보에 발탁이 되었지만 불행했다. 그를 미워하는 세력가들의 음모에 말려든 그는 아내의 명예를 위해 결투에 나섰다가 치명상을 입고 죽었다. 사후에 러시아의 위대한 국민시인으로 평가를 받았다.

우리에게는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널리 알려져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 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괴로운 것/ 마음은 언제나 미래에 사는 것/ 그리고 또 지나가는 것은/ 항상 그리워지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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