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새우등꽃 꽃잔치(최영준)
[경일시단] 새우등꽃 꽃잔치(최영준)
  • 경남일보
  • 승인 2017.05.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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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단] 새우등꽃 꽃잔치(최영준)
 
유리 수족관 속, 새로 들여온 새우들이 허리를 구부린 채 잠들어 있다 품종이 달라선가 모양새도 각각이다 색유리에 불빛이 번지면 꽃모양이 되는 것만 똑같다



그날 밤, 나는 보았다 도시의 수족관에 모여든 새우들이 여기저기서 피워내는 새우등꽃을등에 문신을 새기듯 그늘진 삶의 무늬가 온몸으로 번지고, 응어리진 뿌리마다 어둠을 자양삼아 피워내는 꽃, 낮이면 등 속에 꽃을 숨겼다가 등줄기에 뜨거운 핏덩이가 뭉클거리는 밤이면 다시 꺼내드는 마술의 꽃을 보았다



지하철역 노숙자의 등에 피어나는 신문지 종이꽃, 그 불꽃 속 저마다 숨겨둔 가족과 만나는 잠, 잠의 세계를 보았다 영이야 순이야 부르는 소리에 오그라들었던 등의 힘줄을 물오른 나뭇가지처럼 빳빳이 세우고 일어서는 새우등꽃들, 새우등꽃, 그 꽃잔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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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은 천형이다, 조물주가 돌아보지 못하게 제작한 것은 순전히 그의 노역을 함부로 살피거나 주저하지 못하게 함일 것이다. 등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힘든 일상을 쉬이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구겨진 신문지들이 등짝에서 펄럭되는 노숙의 세계에서도 밤이면 피어나는 그리움이나, 분실된 노동의 책임이 새우등처럼 구부러져 빛난다. 나도 오늘은 등이 빛난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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