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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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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8  23: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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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06)

그토록 힘들게 열심히 살았던 삶이 결국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는 그런 하찮은 형식이었다는 회한의 하소연이기도 했다.

“보살님 그게 사실은 우리 중생들의 본 모습이니 너무 자책할 것은 없습니다. 깨닫고 깨닫는 끝없는 깨달음이 인생길 아니겠어요?”

“곧 죽을 것 같은 시기도 넘겼어요.”

“허허, 그랬었군요. 보살님의 지혜가 그만큼 절실한 업을 쌓은 증거를 보셨군요. 무엇이든 간절하면 문도 열리는 법이랍니다. 거기서 앞으로 나아갈 힘도 만들어지고 마음의 눈도 띄게 마련이구요. 그러나 내가 끌어안고 있는 두터운 탐진치의 업장을 타파하지 못하면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너무 어렵습니다. 스님. 제가 이렇게 미숙하고 치졸한 인간이었나 싶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참 스승을 몰라보았던 청맹과니 행동들이 너무 후회돼요.”

종교인과 마주앉아 이런 대화를 해보기 처음이다. 남들이 신부나 목사에게 고해성사를 하듯 숨길 것 없이 자신의 고민을 다 말해도 부끄럽지 않게 응대 받을 수 있을 듯싶었다.

“너무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깨달을 계기가 있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정진하면 됩니다. 이 세상 떠날 때까지 개선되는 것이 사람의 인성이니까요.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내면세계가 무한대로 더 넓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요.”

“지금 이런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지만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 물 생각이 나요. 일체유심조라고 했죠?”

“그렇습니다. 쉬운 말로 마음먹기 대로다, 그런 말. 왜 컵에 담긴 물을 보고도 이것 밖에 안 남았어? 하는 부정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이렇게 많이 남아있었어? 하는 긍정 의식을 항상 가지고 사는 사람의 차이 아니겠어요?”

“스님 이번에는 제가 스님께 차 한 잔을 올리고 싶은데요.”

양지는 손을 뻗어 주승의 잔에다 찻물을 따랐다. 주승도 대접의 의미를 감지한 듯 미소 띤 얼굴로 차를 마신다.

“사람들은 항용 자신의 욕심과 눈으로만 길을 찾다가 실패하고 실망하지요. 보살님, 이 산의 주신인 마고처럼 진짜 어머니가 되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혼란스럽고 인심이 각박해 지는 것도 진정 믿고 의지할 그릇 큰 어머니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입니다.”

느닷없이 틔어 나온 어머니란 단어에 양지는 내심으로 찔끔 놀랐다.

“이제는 그 방황의 출구를 내면에서 찾아야합니다. 그것은 바로 본심의 자아를 찾는 것이지요.”

무슨 뜻인지 알 듯도 하고 선문답같이 전혀 아리송한 설법으로 들리기도 한다. 양지는 다시 몸을 조금 움직여 앉음새를 고쳐 잡았다.

“이 세상이 이렇게 혼란스럽고 인심이 소박해 지는 것도 보살님처럼 젊은 여성들이 자존심이나 자존감을 바로 세우지 못한 결과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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