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스승을 찾아서’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스승을 찾아서’
  • 김지원·박현영기자
  • 승인 2017.05.21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운차회 회원들이 박진사 고택에서 차 모임을 가졌다. 왼쪽부터 조명자, 김현숙, 국인송, 고현정, 조금례씨와 소운 최정임 선생, 김영희, 김혜인씨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첫 만남을 가졌던 그날 청와대 안주인의 선물꾸러미가 뉴스에 오르내렸다. 원내대표들에게 선물할 인삼정과를 직접 마련했다는 훈훈한 뉴스에는 생략된 긴 정성이 들어 있다. 정과는 각각의 재료를 꿀이나 물엿을 넣고 오랜시간 졸여서 재료가 반투명으로 아른아른 비쳐나게 만든 전통 간식거리의 한 종류다. 재료의 제 모양도 살리고 투명하게 만들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조심스러운 조리과정이 필요해 들어가는 정성이 이만저만 드는게 아니다.

5월의 화창한 주말 아침, 현원당을 나선 현숙씨의 꾸러미에는 4종류의 정과를 비롯한 갖가지 다식이 예쁘게 꾸려졌다. 스승의 날을 맞아 현숙씨가 차 선생님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지금은 어엿한 현원차회를 꾸리고 있는 원장이지만, 처음 차와의 인연을 맺었던 고현정씨와 차의 길을 함께 걸어온 김해인씨는 모두 소운 최정임 선생의 소운차회에서 차를 공부한 도반이다.

차 공부가 깊어지고 현원차회를 이끌면서 잠시 멀어졌던 소운차회를 오랜만에 찾아나선 현숙씨는 꽃바구니며 케익을 챙기면서도 손으로 정성들여 만든 다식 꾸러미를 빼놓지 않았다. 금귤과 우엉, 홍삼, 도라지를 각각 정성들여 졸여낸 정과와 함께 색색으로 곱게 마련한 다식은 마와 도라지의 하얀색, 송화와, 강항을 넣은 노란색, 홍삼에 블루베리를 입힌 보라색까지 알록달록 곱게 준비했다. 달콤한 맛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곶감은 호두를 말아낸 것과 치즈를 말아낸 것 두 종류로 고소함과 달콤함의 조화를 선사했다. 단맛이 강하지 않게 만들어 낸 약과는 절로 손이 가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견과류가 꽃모양으로 박힌 육포는 차회 회원들에게도 “육포를 이렇게도 할 수 있느냐”며 인기를 끌었다.

 

현숙씨는 정과와 약밥, 색을 낸 다식, 치스와 견과를 말아 낸 곶감 등을 준비했다.
다식과 녹차

2004년부터 모임을 가진 소운차회는 최정임 선생 아래 모인 10여명의 도반들로 이뤄져 있다. 매달 가지는 차 모임은 시내에서 종종 이뤄지지만 가끔 최 선생의 본가 고택에서 모임을 갖기도 한다. 최 선생이 10대째 종부로 있는 고택이 바로 고성에 있는 ‘박진사 고택’이다. 증조부가 마지막 성균관 진사였다며, 대대로 3대가 성균관 진사를 지냈다는 최 선생의 설명에는 고택을 지켜온 종부로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최 선생은 아들 딸 4남매를 모두 사회에 내보냈으나 큰 아들이 아직 미혼이라 고택을 지켜나갈 며느리를 아직 보지 못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글을 짓고 낭송도 하는 등 예술적 감각이 남다른 최 선생을 닮아 자제들도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설명들이 도반들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고택에서의 차 모임이어서인지 소운차회 회원들은 하나같이 멋을 낸 한복식 차림이었다. 다식을 차리랴, 케익에 촛불을 켜랴 부산하게 오가는 회원들의 움직임 사이로 바스락거리는 한복자락 소리가 곳간을 개조했다는 다실을 한가득 채웠다. 회색빛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최 선생을 가운데 자리로 모시고는 형님이 먼저 앉으라 아우가 먼저 앉으라며 의자를 이리저리 옮기고 나니 어느새 찻물이 끓었다.

김해인씨가 먼저 나서 차를 우려 냈다. 다관과 숙우 사이로 찻물이 오가는 소리가 또르르또르르 흐르고 간간히 차인들의 이야기가 섞여들었다. “다식에 강황을 넣어 색도 곱고 향도 좋네” “하도 예뻐서 육포인줄 몰랐네” “곶감이랑 치즈를 말아놓으니 별미네” 한바탕 다식 이야기가 오갔다. 은은한 세작을 우려낸 찻잔이 여러차례 비워지고 나니 현정씨가 나서 홍차를 또 한차례 우려냈다. 전기포트가 몇차례 물을 끓여내고 찻 잔이 식을 새도 없이 향긋한 차가 이어지니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차향에 빠져들었다. “바쁜데 어서들 일어나라”는 선생의 말씀에 제자들이 부산하게 또 정리에 나섰다.

유난히 맑은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사이로 꽃창포가 살포시 핀 고택의 안마당에는 참새 한쌍이 사랑놀음이라도 하는 듯 쫓아다녔고, 5월 볕 좋은 날의 찻자리는 한바탕 소풍처럼 지나갔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박진사 고택은 경남도 문화재자료 292호로 등록되어 있다. 안채와 사랑채 등 방에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20170513_113316_Burst0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