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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경제 활성화, 돈을 잘 돌게 하라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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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9  15: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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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에도 돈이 돌지 않는다. 경제의 혈액인 돈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고이는 ‘돈맥경화’현상이 심각하다.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투자에 나서기보다 은행에 돈을 쌓아 둔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돼 있던 내수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통화를 풀어 시중에 자금을 넉넉히 공급해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을 쏟아부어도 기업투자 등 실물부문으로 흘러가지 않고 가계소비도 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기업이 은행에 맡긴 돈은 383조4597억원, 1년 새 35조4043억원 늘어났다. 연간 증가율이 10.2%로 경제성장률(2.5%)의 4배가 넘는다. 아울러 현금화하기 쉬운 대기성 자금인 단기 부동자금이 1010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40조원이었다. 전체 통화량이 약 2400조원이니 시중자금의 42%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돈은 돌지 않는 상태를 넘어 시장에서 퇴장하는 형국이다. 5만원권 발행량은 23조원으로 2009년 발행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환수된 것은 11조원에 그쳤다. 미국의 100달러나 유럽연합(EU)의 500유로 고액권 회수율이 70~90%인 점과 비교하면 우리의 돈맥경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금리를 인하하면 투자가 확대되고, 투자를 통해 경기가 진작되는 통화정책 전달경로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연 3.25%에서 지난해 6월까지 8차례 인하돼 연 1.25%로 떨어졌다. 저금리 및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돈이 풀렸지만, 실물경기는 호전되지 않고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했다. 전셋값이 오르고 부동산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가계 빚이 불어났다. 가계가 저축한 돈을 기업이 빌려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저축한 돈을 가계가 빌려 아파트를 분양받고 전세금을 내고 있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도 실물경제로 스며들지 않고 엉뚱한 데로 흐르는 한국판 ‘유동성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돈을 풀면 기업의 신규투자를 유발하기보다는 부동산 투기나 증권의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방향으로 돈이 흐른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상승을 부채질해 거품을 키우고 경제체질을 악화시킨다.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은커녕 주거비 부담과 가계부채를 늘려 소득격차를 확대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일본 경제도 1990년대 이후 유동성 함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자초했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시중에 직접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실시하고 마이너스 정책금리까지 동원했지만 효과는 별로였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투자-고용-소비-투자’의 선순환이 끊기고 성장이 멈춘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돈이 필요한 곳에 구석구석 잘 돌게 해야 한다. 창업과 시장진입의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 다양한 분야의 신산업과 신생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회계의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 또한 부자에게는 법테두리 안에서 돈을 쓸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주고, 기업에게는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청년들에게 취업과 창업의 기회를 보장해 주고,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기회를 확대해줘야 한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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