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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에 도전하는 나머지 반의 性[시민기자] 채용·직장내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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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30  00: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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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있어요?”

A씨(33세)는 경력직 기업 연구원 채용 면접에서 면접관에게 받은 질문이다. 함께 그룹면접을 보는 남자 지원자 2명에게는 하지 않은 질문이었다. 4년제 국립대를 졸업하고 석사학위에 중견기업 근무경력도 있는 그녀였지만 결국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벌써 다섯 번째 고배였다. 면접을 볼 때마다 면접관들은 결혼 계획이 있는지 물었고, 그때마다 없다고 대답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그녀는 7년의 경력과 연구원 지망을 포기하고 일반 사무직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1987년 12월에 제정되었다. 여성 근로자가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결혼퇴직제, 남녀 근로자의 정년이 달랐던 조기정년제, 은행권의 여행원제, 남녀 분리호봉제 등이 폐지돼 직장 내 성차별적인 분위기가 사라지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노동시장 내 성평등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올해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1차 양성평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19세 이상 남녀 국민 가운데 ‘채용 시 남성 선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38.6%, ‘직장 내 성별 직무 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49.3%, ‘여성 승진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29.6%로 직장 내 성차별이 고용, 승진, 직무 등에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리천장. 끝은 보이지만, 절대 올라갈 수 없는 곳. 꿈을 갖고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대다수의 여성은 유리천장에 가로막힌다. 대다수의 기업 내 여성의 비율이 과반수 내지만,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그중 5%가 채 안 된다. 취업 포털 업체인 커리어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의 40% 이상이 ‘여성보다 남성 지원자를 선호한다’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여성 지원자를 꺼리는 이유로는 ‘임신·출산·육아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라는 의견이 62.5%로 1위를 차지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개인의 삶에 안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방법의 하나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몸에서 이뤄진다는 것 때문에 육아의 큰 비중을 맡게 된다. 아이에게 전념하고 싶어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회사를 관둘 수도 없다. 그 와중에 주변의 시선마저 따갑다. 맞벌이하는 아내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육아와 집안 일을 해야 하고, 직장 내 여성 직원은 남성 직원과 동일하게 야근하고, 회식에 빠져서도 안 된다는 식이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청년실업의 그림자가 남녀와 세대를 불문하고 드리운 지 오래다. 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여성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지만, “여자는 그래도 결혼하면 되니까 괜찮다”라는 말을 듣는다. 남자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이 가중되니까 더 큰 문제라는 논리다. 그렇게 면접에서도, 연봉에서도, 승진에서도 차선으로 밀려난다.

모든 여성은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목표를 가지고 도전한다. 남성과 같은 교육과정을 밟고, 대학에 진학하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에 지원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여성을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 보기 이전에, 가족 구성원 속의 여성으로 본다. 정부조차 가임기 여성 지도를 만드는 등 여성을 예비 아내나 예비 엄마로 치부했다.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많은 여성은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같은 시간, 노동을 한 것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기를 원한다. 노력한 만큼의 상식적인 보상을 바란다. 성별은 누구도 선택할 수 없고,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유리천장 너머를 바라보고 그 투명한 벽이 점차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원할 뿐이다. /오진선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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